안녕하세요, 조리원 입소한 지 딱 7일 된 초산맘입니다. 지금도 너무 당황해서 겨우 글 씁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여기에 올려요.
오늘 시누가 면회를 온다길래 솔직히 걱정부터 됐어요. 평소에도 꾸미는 거 좋아하고 어디 가나 주인공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여기 규정 엄청 깐깐하니까 제발 조용히 있다 가라고 신신당부했어요. 근데 1층 로비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명품백 두 개를 덜렁거리면서 복도 끝까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더라고요. 다른 산모들 다 쳐다보는데 얼굴이 화끈했어요. 사실 면회 15분인데 제가 원장님께 부탁해서 30분으로 늘려놓은 거라 더 조심하라 했던 건데, 조카 자랑 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이런 일이 터질 줄은 몰랐죠.
진짜 문제는 신생아실 앞이었어요. 복도 끝에 통유리가 있고 바로 옆에 간호사 스테이션이 붙어 있는데, 저희 아기 요람이 유리 바로 코앞 첫 줄에 있었거든요. 시누가 유리 앞에 바짝 붙더니 “어머 얘 봐, 우리 조카 미쳤다 너무 예뻐! 고모 왔어!” 하면서 유리 두드릴 기세로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그러더니 갑자기 클러치백에서 새빨간 립스틱을 꺼내 뚜껑을 탁 따더라고요.
설마 장난이겠지 했는데 진짜였어요. 그 시뻘건 걸로 유리 한가운데 하트를 큼지막하게 그리고 안에 ‘고모가 제일 사랑해♡’라고 또박또박 쓰는 거예요. 립스틱 끄적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세게 눌러 그었어요. 저는 너무 순간이라 얼어붙어서 “언니 안 돼!” 한마디를 못 했어요. 유리 너머 요람에 누운 우리 아기 얼굴 바로 옆에 그 빨간 덩어리가 번들거리니까 속이 울렁거리더라고요.
바로 옆 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 두 분이 달려오고 원장님까지 슬리퍼 끌며 뛰어나와서 난리가 났어요. 여긴 면역 하나 없는 신생아들이 코앞에 있는 무균 구역인데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시는데, 시누 반응이 더 가관이었어요. “어머 왜들 이렇게 예민하세요? 조카 예뻐서 하트 하나 그린 건데 물티슈로 닦으면 지워지잖아요? 애정 표현도 못 해요?” 하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거예요. 적반하장이 따로 없더라고요.
조리원에서는 이 유리가 항균 특수 코팅이라 립스틱 유분이 스며들면 코팅 자체를 뜯고 교체해야 할 수도 있고, 당장 소독·방역 문제 때문에 퇴소까지 검토하겠다고 하세요. 남편한테 울면서 전화했더니 “누나가 좀 오바하긴 했네. 근데 가족끼리 그렇게 칼같이 굴면 어떡해, 네가 원장님한테 잘 말해봐” 이러는 거예요. 남편도 시댁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아 소름이 끼쳐요.
지금 방에만 틀어박혀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 눈물만 나요. 다른 엄마들 단톡방에도 이미 소문난 것 같고 복도 나가면 다 쳐다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힙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 시누한테 청소 비용이든 뭐든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고소라도 해야 하나요? 제발 현실적인 조언 좀 해주세요.
조리원 측에서 외부 전문 청소 업체를 불러 유리를 정밀 점검한 결과 립스틱 유분이 항균 코팅층에 스며들어 세척으로는 제거가 불가하고 유리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원장은 코팅이 벗겨지면 방역 기준을 맞출 수 없어 신생아실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견적은 350만원이 나왔고 시누이는 립스틱 자국 하나로 유리 전체를 교체하는 건 횡포라며 바가지라고 따지고 법대로 하자며 버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낙서 장면을 옆에서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 같은 층 산모들 단톡방에 퍼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뒤집혔다. 무균 공간에서 아기 건강보다 촬영이 우선이었냐, 제지하지 않고 방조한 엄마도 공범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수군거림이 들렸다. 결국 원장은 다른 산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나에게 조기 퇴소를 정중히 권고했다.
회복도 끝나지 않은 몸으로 짐을 싸 친정으로 돌아와야 했고 남편은 네가 면회 시간을 늘려 일을 키웠다며 시누 편을 들었다. 시부모까지 예민하게 굴지 말라며 나를 나무랐고 시누이는 SNS에 나를 겨냥해 피해자 코스프레 장인이라며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부부 대화는 끊긴 채 집안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하루하루가 눈물과 후회로 버티는 지옥 같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