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음 달 결혼 앞둔 20대 후반 예비 신부입니다. 지금 손이 떨려서 글 쓰는 것도 버거운데 도저히 혼자 판단이 안 서서 올려요. 제가 속 좁은 건지 얘가 선을 넘은 건지 냉정하게 좀 봐주세요.
2년 연애하고 양가 상견례까지 끝낸 사이예요. 저는 회계사로 일하면서 부모님 도움으로 자가도 있고 연봉도 꽤 되는 편이고, 예비 신랑 K는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그래도 성격 하나는 착해서 믿고 결혼 결심했죠. 얼마 전 K가 예식장 잔금이며 혼수며 돈이 좀 모자라다며 머뭇거리더라고요. 우리 둘이 쓸 돈인데 뭔가 싶어서 제가 주식으로 모아둔 비상금 3천만 원을 그냥 빌려줬어요. 차용증 같은 건 따로 안 썼어요, 어차피 가족 될 사람인데 싶어서.
며칠 전이었어요. 소파에 던져둔 K 폰에서 알림이 울렸는데 정장 맞추러 간다더니 결제 문자는 백화점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상호에서 찍혔더라고요. 찝찝해서 은행 앱 이체 내역까지 뒤졌더니 제 돈 3천이 한 번에 낯선 여자 이름으로 빠져나간 거예요. 붙잡고 추궁하니까 그제야 실토하는데, 그 여자가 저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 사귀던 전 여친 L이더라고요.
L이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 감당이 안 되니까 매일 울며 매달렸고 K는 그걸 외면할 수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그 빚을 그대로 메꿔줬대요. 제가 따지니까 되려 당당하더라고요. 사랑이면 아픈 과거까지 끌어안는 게 진짜 사랑이고, 저는 왜 그렇게 속이 좁냐고요. 어차피 결혼하면 니 돈 내 돈 따로 있냐며 그 정도 금액에 호들갑 떠냐고 저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더라고요.
언제 갚을 거냐니까 웃기지도 않게 부부 되면 갚을 필요가 있냐고 적반하장이에요. 전 여친은 고맙다고 펑펑 울면서 연락 왔다 자랑까지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밤새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제가 이기적인 건가요? 과거까지 품는 그 숭고한 사랑을 이해 못 하는 제가 속 좁은 건가요? 청첩장 다 돌렸다고 주변에선 그냥 참으라는데 전 파혼 말고 답이 안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