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한 지 1년 막 넘은 29살 중소기업 홍보팀 대리입니다. 남편은 프리랜서라 수입 들쭉날쭉하고 저는 대출 낀 전세 신혼집 꾸미는 재미로 살아요. 특히 거실은 제가 SNS 팔로워 모으겠다고 발로 뛰어서 받아낸 협찬 가구들로 채워놨거든요. 은**가 업체 아는 언니 있다며 연결해준 덕도 컸고, 덕분에 피드에서는 꽤나 힙한 신혼집으로 부러움 샀죠.
어제 오전에 회사에 급한 이슈 터져서 반차 쓰고 점심 12시 반쯤 집에 들어갔어요. 현관 중문 앞에 섰는데 도어락 지문 찍기도 전에 안에서 남녀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더라고요. 낮에 누가 있지? 도둑인가 싶어서 가방끈 꽉 쥐고 소리 안 나게 도어락을 눌러 열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 제가 제일 아끼던 화이트 패브릭 3인 소파, 협찬받은 원목 테이블 앞에 남편이랑 제 베프 은**가 딱 붙어 앉아 있더군요. 남편 무릎엔 노트북, 둘이 어깨 맞대고 화면 보면서 깔깔대며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었어요. 커튼 사이로 한낮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데 그 꼴을 보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제가 현관에 멍하니 서 있으니 둘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더군요. 1초 정적 후에 은**가 헤헤 웃으면서 하는 말이 진짜 가관이었어요. 어? 벌써 왔어? 우리 가구 후기 예쁘게 써주려고 회의 중이었는데 타이밍 뭐야? 라며 태연하게 웃는 거예요. 사과는 커녕 당당한 그 얼굴에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알고 보니 둘이 제가 출근하면 제 집을 자기들 아지트처럼 드나들었던 거예요. 제가 협찬받아 사진 각도까지 계산해 배치한 그 가구들 위에서 부적절한 관계 맺고, 제 계정에 올라갈 후기까지 둘이서 대신 써주고 있었던 거죠. 제 신혼집, 제 피드, 제 이미지 다 남의 손에서 놀아난 거더라고요. 배신감보다 이 완벽한 신혼 라이프가 한순간에 구겨졌다는 현타에 더 참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