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7일 남겨놓고 이런 글을 올리는 날이 올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다. 식장 잔금까지 다 치르고 신혼집 가구 들여놓고 이제 행복만 남았다고 믿었는데, 눈앞에서 인생이 통째로 박살나는 걸 보고 나니 손이 덜덜 떨려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예비신랑 ○○는 사흘 전 거래처 지방 출장 간다며 캐리어 끌고 나갔다. 원래 일에 미쳐 사는 놈이라 의심 1도 없이 현관까지 나가 배웅해줬다. 그런데 당일 저녁 8시쯤 절친한테서 전화가 왔다. ○○ 호텔 야외 주차장 1층에서 ○○ 차 번호판을 봤다는 거다. 출장 갔다던 놈 차가 왜 거기 있냐며 위치 사진까지 보내왔다. 택시 잡아타고 20분 만에 도착해서 주차장 차단기 쪽부터 로비 유리문까지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리고 로비 한가운데서 딱 마주쳤다. 출장 간다던 놈이 웬 20대 여자랑 팔짱을 끼고 프론트 쪽으로 붙어 걸어가고 있었다. 여자 쪽은 어깨 드러난 원피스에 진한 향수 냄새가 로비까지 풍겼다. 내가 앞을 막아 세우자 얘네 둘 표정이 잠깐 굳더니, ○○는 오히려 어깨를 펴고 나를 내려다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 근처에서 알게 된 조건만남 여성이었다. 내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는데 저쪽은 뻔뻔함이 철판이었다.
내가 소리 지르며 이게 무슨 짓이냐 따지니까 ○○가 제일 먼저 뱉은 말이 가관이었다. “야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남자들 결혼 앞두고 스트레스 터지면 원래 이렇게 풀기도 하는 거야. 그냥 생리현상이잖아, 생리현상. 이걸 이해를 못 해?” 진짜 귀를 의심했다.
내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자 놈은 더 기세등등해져서 손가락으로 나를 찍으며 몰아붙였다. “결혼 전부터 이렇게 집착하고 숨 막히게 감시하는 여자랑 누가 평생 사냐? 너처럼 속 좁고 남자 생리현상 하나 이해 못 하는 여자랑은 나도 결혼 못 해. 잘 됐다, 이 기회에 파혼하자.” 자기가 호텔까지 잡아놓고 바람 피우면서 피해자는 나를 만드는 그 뻔뻔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일주일 뒤 입기로 한 웨딩드레스, 대출 끼고 겨우 맞춘 신혼집, 양가 부모님 얼굴이 차례로 스치는데 눈물만 쏟아진다.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냐. 이게 사람한테 할 짓이냐고 묻고 싶다.
글을 올린 뒤 많은 분들이 보내준 조언과 응원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인간은 끝까지 파혼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나는 미리 확보해 둔 호텔 출입 영상과 차량 기록 영상을 양가 부모님 앞에서 모두 틀어 보였다. 처음에 시댁은 아들을 감싸며 내 집착이 문제라고 몰아붙였지만 영상 속 여성의 정체가 조건만남 상대임이 드러나자 그제야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식장 위약금과 혼수 반환 건은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으로 청구했다. 커리어에 흠집 날까 불안해진 그 인간은 뒤늦게 찾아와 무릎까지 꿇으며 빌었지만 나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소송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가 만난 여자가 그 한 명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여러 곳을 돌며 생리현상이라는 핑계로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은 카드값과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며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중이다. 당분간 사람을 쉽게 믿긴 어렵겠지만 결혼 전에 본색을 알게 된 건 조상이 도운 덕이라 여기며 버티고 있다. 금전적 손해와 상처는 컸지만 그런 사람과 한 가족이 되는 것만은 피했으니 그걸로 위안 삼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