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 쓰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가 두 번씩 눌려요. 심장이 쿵쾅거려서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집니다. 결혼 3년차 32살이고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남편은 원래 말 한마디 없는 무던한 스타일이에요. 제가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잔소리해도 찍소리 안 하는, 누가 봐도 착한 남편이었죠.
근데 한 달 전부터 집이 뭔가 이상했어요. 저는 퇴근하면 현관부터 거실, 화장대, 드레스룸까지 동선 따라 물건 위치 다 확인하는 사람인데, 화장대 한정판 립스틱 뚜껑이 헐겁게 열려 있고 파우더에 지문이 찍혀 있는 거예요. 드레스룸에 걸어둔 레이스 원피스 어깨선이 축 늘어져 있고 행거 간격도 벌어져 있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예민해서 그런가 했는데 매일 반복되니까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래서 남편 몰래 홈캠 두 개 박았어요. 하나는 거실 소파에서 주방까지 동선 다 보이게 천장 모서리에, 하나는 드레스룸 전신거울 정면으로. 남편이 감시당하는 거 싫어한다길래 말은 안 했죠. 요즘 혼자 집 비울 때 무서운데 보안용으로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제 집 안전은 제가 챙겨야죠.
오늘 친구 만나서 카페 앉아 있는데 심심해서 홈캠 앱 켰다가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거실에 있어야 할 남편이 드레스룸에서 제가 목숨처럼 아끼는 600만원짜리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를 꾸역꾸역 껴입고 있더라고요. 제 쿠션으로 얼굴을 하얗게 바르고 입술은 제 립스틱으로 번들거리게 칠한 채 전신거울 앞에서 아이돌 안무 따라 추고 있었어요.
그냥 입은 수준이 아니었어요. 제 7cm 빨간 구두 신고 비틀거리면서 거울 보고 윙크 날리고 입술 쭉 내밀고 하트까지 하더라고요. 자기 모습에 도취된 표정으로 계속 몸을 흔드는데 제가 3년을 같이 산 그 조용한 남편 맞나 싶어서 등골이 서늘했어요. 그 원피스 제가 할부 12개월 꽉 채워서 산 건데 어깨 박음질 다 늘어나서 실밥 터져 있더라고요. 카드값도 밀려서 매일 한숨인데 남편이 제 돈으로 산 옷을 망쳐놓으니 앞이 깜깜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집으로 달려갈까 하다가 혹시 마주치면 무슨 일 당할까 겁나서 그대로 친정으로 도망쳤어요. 남편한텐 아직 아무 말도 못 했고 영상은 전부 저장해뒀어요. 이거 완전 취향 이상한 거 맞죠? 저런 사람이랑 한 집에서 어떻게 살아요. 이걸로 유책 잡아서 이혼할 수 있을까요? 멀쩡하던 제 30대가 이렇게 박살 나는 게 너무 억울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