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바람난 걸 알게 된 건 진짜 우연이었어요. 차 블랙박스 SD카드 정리하다가 뜬 영상 하나, 밤 11시 넘어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스르륵 들어가는 제 남편 뒷모습이 너무 선명한 거예요. 조수석에서 내린 건 회사 여직원, 앳된 얼굴에 남편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 엘리베이터로 사라지더군요. 심장이 쿵 떨어지면서 손이 떨렸는데도 저는 그래도 가정을 지키고 싶었어요. 다음날 바로 사진 뽑아서 울먹이며 시댁으로 달려갔죠. 거실 소파에 앉은 시어머니는 제가 내민 사진 봉투를 쓱 훑어보더니 코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시더라고요.
애야,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젊을 때 한눈 한 번 안 팔아본 남자가 어딨니. 그걸 다 따지고 들면 같이 못 살아. 네가 좀 더 꾸미고 애교라도 부렸으면 걔가 밖에 눈 돌렸겠냐?
그럴 수도 있다니요? 제 인생은 그날로 박살이 났는데 그걸 그냥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치부해요? 저도 사람인데, 저라고 외로워서 마음 둘 데 없어 가만히 버틴 줄 아세요? 밤마다 답답해서 예전 기억 붙잡고 위로받던 시간들이 없었으면 진짜 주저앉았을 거예요. 솔직히 남편이 바람핀 것보다 시댁이 그 차가운 얼굴로 그러려니 해라 던지는 그 방관이 더 살벌하더군요. 영혼이 찢기는 기분이었어요.
이제 정신 차렸어요. 여긴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에요.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도리, 가족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선적인 가면인지 제가 직접 다 벗겨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