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당황스러워서 익명 아니면 도저히 못 쓰겠어서 올립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완전 뒤통수를 세게 맞았어요.
저희 부서에 다들 성인군자라고 부르는 K부장이 있습니다. 항상 입가에 젠틀한 미소 달고 다니고 일처리도 칼 같아서 저 포함 여직원들이 진짜 존경하던 분이에요. 회식 때 술자리에서도 절대 선 넘는 농담 한 번 안 하고 딱 끊을 때 끊으셔서 다들 저런 분이 진짜 상사다 입에 달고 살았죠.
근데 며칠 전 점심시간에 그 환상이 유리창 깨지듯 박살 났습니다. 탕비실 옆 유리 회의실로 급하게 들어가시면서 본인 폰을 그냥 책상 위에 화면 켜진 채 두고 가신 거예요. 그때 카톡 알림이 제 이름으로 도배되는 게 제 자리에서도 훤히 보였어요. 업무 때문에 제 얘기하나 싶어 무심코 화면을 톡 건드렸는데 바로 단톡방이 떠버렸습니다.
거긴 남자들만 한 7~8명 우글거리는 방이었는데, K부장이 제 인스타 사진들 캡처해서 하나씩 올리고 몸매 평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얘 골반 라인 미쳤다, 오늘 치마 입은 거 자극 장난 아니다 이런 저급한 멘트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제일 소름인 건 제가 예전에 고맙다고 개인톡으로 보냈던 화장실 거울 셀카까지 거기 올려놓고 나한테 꼬리 치는데 슬슬 먹어줘야 하나 ㅋㅋ 이러면서 낄낄대고 있었다는 겁니다.
밖에서는 그렇게 점잖고 도덕적인 척, 완벽한 상사 코스프레 하던 사람이 뒤에서는 부하 여직원을 그냥 성적 품평 대상으로 돌려보고 있었다는 게 너무 역겹고 분합니다. 그동안 제가 보냈던 감사 인사, 신뢰 다 조롱거리였다는 생각에 며칠째 잠도 안 옵니다. 당장 인사팀에 박제하고 싶은데 워낙 인망 두터운 분이라 저만 유난 떠는 예민한 애로 몰릴까 봐 무서워요.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사내 게시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K부장은 처음에는 계정을 도용당했다며 발뺌했지만 평소 그를 좋지 않게 보던 다른 남자 직원이 단톡방의 결정적인 대화 캡처본을 인사팀에 익명으로 제보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더욱 충격적인 건 그 단톡방에 우리 팀 신입 남직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현재 K부장은 직위해제 상태로 징계 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으며 일이 커지자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증언이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후에도 내게 수차례 연락해 한 번만 살려달라며 매달렸지만 나는 연락처를 바꾸고 대리인을 통해 성희롱과 명예훼손에 대한 정식 절차를 밟고 있다. 오랫동안 짓눌러온 가식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듯한 후련함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