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어 답답해서 글 올립니다. 저한테는 고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껌딱지처럼 붙어 다닌 거의 가족 같은 절친이 하나 있어요. 여기서는 ○○라고 할게요.
며칠 전 퇴근길이었어요. 지하주차장에서 차 시동 걸려고 하는데 ○○한테 전화가 오더라고요. 목소리가 완전 상기돼서 드디어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났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데, 평소랑 다르게 말이 너무 빠르고 계속 웃어서 뭔가 쎄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냐고, 사진 한 장만 보여달라고 떠봤죠.
한참을 얼버무리더니 마지못해 보여준 사진 속 남자는 딱 봐도 저희보다 한참 위인 중년 남자였어요. 처음엔 그냥 능력 있는 연상인가 보다 했죠. 근데 ○○가 신나서 떠드는 게 가관이었어요. 주말마다 도심 5성급 호텔 스위트 잡아주고 명품 가방이랑 구두를 펑펑 산다는 거예요. 그때 ○○ 폰 위에 카톡 알림이 떴는데 프로필이 온 가족이 같이 찍은 사진이더라고요. 아내랑 아이 둘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누가 봐도 유부남 가족사진이었죠.
소름이 돋아서 바로 따졌죠. 너 제정신이냐, 유부남인 거 알면서 만나는 거냐고. 그랬더니 ○○가 표정 싹 굳히면서 사랑에 무슨 결혼 유무냐, 오빠는 집에서 이미 와이프랑 남남이다, 너처럼 꽉 막힌 애는 이해 못 한다며 오히려 저를 촌스럽게 몰더라고요. 그러면서 지난 주말에도 호텔에서 둘이 너무 행복하게 잘 쉬다 왔다고 당당하게 자랑하는데 진짜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다음이에요. 어제 제가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려놨거든요. 제 남친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고 저희는 소박하게 예쁘게 만나고 있어요. 근데 ○○가 그걸 보더니 갑자기 카톡으로 야, 너는 그런 평범한 남자 만나서 모텔이나 전전하는 거 안 더럽냐? 나는 최소 호텔이지, 너희 연애는 진짜 천박하고 급 떨어져 보인다 라고 쏘아붙이는 거예요.
유부남이랑 호텔 스위트 다니는 자기 연애는 고귀한 사랑이고, 미혼끼리 평범하게 만나는 제 연애는 더러운 짓이라니요. 자기 객관화가 이 정도로 안 될 수가 있나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애가 완전히 선을 넘은 건지 모르겠어요. 10년 우정인데 이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