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이 아직도 덜덜 떨려서 어디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글 씁니다. 결혼 6년차, 다섯 살 딸 하나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요.
반년 전부터 남편이 이상했습니다. 원래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헬스장에 살다시피 하고, 폰은 화장실 갈 때도 꼭 주머니에 넣어가고, 결정적으로 패턴 잠금을 바꿔버리더라고요. 그날부터 직감이 너무 안 좋아서 잠을 한숨도 못 잤습니다. 남편 차 조수석 밑에 몰래 위치추적기 붙여보고 회사 메일도 어떻게든 들어가보려고 비번 이것저것 찍어봤는데 다 실패했어요. 그러다 어제 새벽, 남편이 회식하고 들어와 안방 침대에 뻗어서 코까지 골며 곯아떨어진 틈을 노렸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자는 남편 검지를 들어 올려 지문인식에 갖다 댔더니 철컥 하고 풀리더군요.
잠금 풀리자마자 카톡 맨 위에 떠 있는 대화방 하나, 보자마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상대는 같은 부서 여자 동료였고 대화 수위가 정말 입에 담기도 민망했어요. 오늘 호텔 조명 예쁘더라, 와이프 눈치 보느라 고생했지? 이런 메시지 수십 개에 둘이 호텔 침대 위에서 찍은 사진까지 버젓이 있더라고요.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는데 이거라도 잡아야겠다 싶어서 제 폰으로 대화창이랑 사진 전부 동영상까지 켜서 찍어뒀습니다.
그때 남편이 뒤척이더니 눈을 떴어요. 제가 자기 폰 들고 제 폰으로 찍고 있는 걸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제 손목을 잡고 폰을 뺏으려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저는 절대 안 뺏기려고 버티면서 이게 뭐냐고, 사람이냐고 울부짖었는데 남편 표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더라고요. 제 손을 뿌리치고 폰 낚아채더니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 저를 내려다보면서 바로 112를 눌러버리는 겁니다.
옆에서 듣는데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어떤 여자가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제 폰을 강제로 빼앗고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다, 신변 위협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신고를 하더라고요. 여기가 자기 집인데도 저를 완전 남 취급하면서요. 제가 옆에서 야, 네가 바람 피워놓고 지금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니까 전화기 가리고 저를 빤히 보면서 코웃음을 치더군요. 내가 뭘 했든 그건 민사로 돈 물면 될 일이고, 네가 잠긴 폰 풀어서 사진 찍은 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받는 거 모르냐고요.
십분도 안 돼서 경찰 두 분이 현관으로 들어왔는데 남편 연기가 진짜 소름이었습니다. 자기는 아내에게 사생활을 침해당해 너무 괴롭다, 평소에도 차에 추적기 달고 자신을 감시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면서 완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더라고요. 경찰은 그 말을 듣더니 오히려 저를 돌려세워놓고 아무리 부부라도 상대 동의 없이 잠긴 폰 여는 건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라며 훈계를 하더군요. 바람 피운 놈은 경찰 뒤에 숨어서 팔짱 끼고 저를 비웃고, 저는 제 안방에서 피의자처럼 조사받아야 했습니다.
남편은 지금 저를 정식으로 고소하겠다며 난리입니다. 상간녀랑 입 맞춘 건지 이미 변호사 상담까지 다녀온 눈치예요. 바람 증거는 제 폰에 다 있는데 정작 제가 전과자 될 판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요? 증거 잡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세상이 어딨습니까. 너무 무섭고 소름 끼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