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도 답답하고 말할 곳이 없어 여기에라도 글을 남겨봅니다. 지금도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글이 엉망이어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34살 학원 강사로 일하는 평범한 아내입니다. 남편과 결혼한 지 5년 됐고 아이 없이 둘이 살고 있습니다. 자가 아파트에 대출 끼고 살지만 그래도 나름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믿고 살았어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0시까지 수업하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 하며 남편 챙기는 게 제 일상이었죠.
일은 어제 오후에 터졌습니다. 남편이 며칠 전부터 지방 출장 간다며 캐리어를 꺼내놓고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짐을 싸더라고요. 전 학원 교재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그냥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배웅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들뜬 표정이 다 신호였는데 저는 또 대수롭지 않게 넘겼네요.
밤 9시쯤 수업 끝나고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마트 바로 옆에 붙은 호텔 지하주차장 입구를 지나게 됐습니다. 차를 돌리려고 핸들을 꺾는데 너무 익숙한 번호판이 눈에 박히더군요. 설마설마 했는데 남편 차가 맞았습니다. 출장 갔다는 사람 차가 왜 우리 동네 호텔에 있냐고요.
머리가 하얘져서 일단 호텔 1층 로비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유리벽 너머 엘리베이터만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한 시간을 얼음처럼 굳은 채 기다렸을까요. 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깔깔대며 걸어 나오더군요. 제 남편과 고등학교 때부터 15년 넘게 단짝이라 믿었던 그 친구였습니다.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게 이런 기분이더군요. 제가 벌떡 일어나 앞을 막아서자 그 친구는 당황하기는커녕 절 위아래로 훑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비웃더라고요. 남편은 제 얼굴을 보자마자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얼굴을 붉히며 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야, 네가 여긴 왜 와? 너 맨날 그 좁쌀 같은 꼼꼼함으로 사람 숨 막히게 하는 거 알아? 재미도 없고 답답한 네 옆에 있으면 질식할 것 같다고!"
제가 울먹이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묻자 남편은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름 돋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사랑? 너 사랑이 뭔지나 알아? 넌 그냥 안정이 필요해서 결혼한 거잖아. 내가 지금 느끼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사랑 한 번 못 느껴본 네가 불쌍하다." 뒤에서 그 광경을 보던 친구는 팔짱을 낀 채 소리 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더 서 있을 힘도 없어 그대로 뛰쳐나왔습니다. 5년 동안 제가 지키려 애쓴 건 도대체 뭐였을까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