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0년차 38살 전업주부, 7살 딸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어요. 도저히 혼자 삭히면 미칠 것 같아서 여기다라도 토해냅니다.
남편은 대기업 과장입니다. 주변에선 다들 제가 복 터졌다고, 연봉 높은 남편 만나 평생 편하게 산다고 부러워하죠. 저도 그래왔어요. 남편이 밖에서 돈 벌어오면 저는 안에서 집안 완벽하게 꾸리는 게 당연한 역할이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명절 제사상에 시댁 경조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제가 다 챙겼고요, 아침밥부터 퇴근하고 들어오면 차려주는 보양식까지 제 손 안 탄 게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거실에서 생활비 얘기 좀 꺼냈어요. 물가가 미쳐서 마트 한 번 가면 10만원이 그냥 증발하는데, 이번 달은 진짜 빠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녁 먹다 말고 남편한테 조심스럽게 말했죠. 요즘 다들 힘들지 않냐고. 그랬더니 남편이 숟가락 탁 내려놓고 대뜸 그러네요. 그동안 내가 벌어다 준 돈 다 어디다 썼냐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목소리 점점 높아지더니 제 얼굴 바로 앞에서 대못을 박더군요. 집에서 맨날 노는 식충이한테 줄 돈은 10원 한 장 없다, 너 같은 기생충이랑은 더는 못 살겠으니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요.
10년이에요. 제 20대 후반부터 30대 전부 다 갈아 넣어서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 키운 게 10년이라고요.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식충이? 제가 놀았나요? 전업주부가 노는 직업인가요? 지금 이혼서류 집어던지고 안방 문 잠그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억울해서 눈물만 쏟아집니다. 제가 진짜 식충인가요? 10년을 헌신한 사람한테 할 소리인가요?
글을 올리고 나서 달리는 응원 댓글들을 보며 역시 세상은 내 편이고 정의는 살아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남편이 퇴근하며 들고 들어온 무거운 서류 가방 하나에 여지없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남편은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거실로 들어와 은행 거래 내역서와 메신저 대화 캡처본을 제 얼굴 앞으로 거칠게 내던졌습니다.
서류에는 지난 5년 동안 제가 남편 몰래 친정 오빠의 사업 자금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보태려고 빼돌린 돈이 3억을 훌쩍 넘는다는 내역이 빼곡히 찍혀 있었습니다. 제가 아껴 모았다고 주장하던 저축은커녕 남편 명의로 몰래 실행한 대출 내역까지 고스란히 드러났고, 제가 직접 살림을 했다고 속이며 써온 가사 도우미 비용 결제 내역도 날짜와 금액별로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남편은 평생 빨대 꽂고 사는 식충인 줄은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가족 돈을 빼돌리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며 그 자리에서 이혼 소송과 함께 부당하게 가져간 돈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아이는 이미 시댁으로 보내진 뒤였고 남편은 내일 오전까지 이 집에서 짐을 싸서 나가라며 퇴거를 통보했습니다. 오랜 시간 애써 포장해온 현모양처 이미지는 그 서류 한 번에 완전히 무너졌고 이제는 돌아갈 곳도 손을 내밀어 줄 사람도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10년을 바쳐 일군 결혼 생활의 마지막이 이렇게 비참한 퇴거 명령으로 끝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