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한 달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지금 손이 바들바들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어요. 제가 유난을 떠는 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진짜 미쳐 돌아가는 건지 여러분이 좀 판단해주세요.
오늘 예랑이랑 신축 빌라 신혼집 마지막 점검하러 갔어요. 현장은 갓 시공 끝난 페인트 냄새 진동하고 중문이며 시스템 에어컨이며 다 들어와 있는 상태였죠. 예랑이는 전문직에 집안도 탄탄해서 제가 진짜 공들여 잡은 사람이에요. 저는 필라테스 스튜디오 운영하면서 인스타 이미지 관리에 진심이었고, 과거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제 꽃길만 남았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부동산 중개인이라며 명함 내민 남자를 보는 순간 피가 식더라고요. 3년 전 산길 사고 이후로 행방불명돼서 다들 다시는 못 본다고 했던 첫사랑이었어요. 저는 그 뒤로 완전히 사라진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죠. 아니, 솔직히 사라져 있어야 했어요. 그래야 제 인생이 조용하고 편하니까요.
3년 전 그날은 이별여행 마지막 날이었어요. 굽이진 산길에서 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아래로 굴렀고, 그 사람은 피를 흘리며 차 안에 끼인 채 움직이지 못했어요. 저는 머리가 하얘졌죠. 거기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 당장 운영하는 숍이며 평판이며 다 무너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금방 사람 데려올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만 해두고 그대로 산길을 내려왔어요. 끝내 도움도 못 부르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고, 며칠 뒤 행방불명 기사 뜨는 걸 보고도 입 다물고 외면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제 신혼집 현관 앞에 멀쩡히 서 있어요. 그것도 제 신혼집 계약을 맡은 중개인으로요. 예랑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하 웃으며 악수하는데, 그 사람은 저만 정확히 바라보며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더라고요. 그 눈빛 절대 우연 아니에요. 제 일정 알고 일부러 그 부동산에서 기다린 거예요. 복수하려고요.
지금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 와요. 예랑이가 3년 전 일을 알게 되면 제 결혼이며 인생이며 다 끝장이에요. 그 사람이 예랑이한테 연락해서 그날 일을 다 말해버릴까 봐 미칠 것 같아요.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제 신혼집 앞에 나타나는 건데요. 그냥 조용히 사라진 채로 있지 왜 제 행복을 흔드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이 사람을 제 삶에서 멀리 보내야 하는데 방법이 안 보여요.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먼저 제 인생 망치러 온 사람한테 저도 방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