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손이 덜덜 떨려서 오타 나도 봐주세요. 지금 집 앞 카페 구석에 숨어 있는데 도저히 현관문 앞에 설 용기가 안 나요. 룸메 정체 알고 나서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속이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룸메 김**랑은 자취 커뮤니티에서 구해서 같이 산 지 6개월쯤 됐어요. 처음엔 인사성 바르고 청소도 깔끔하게 해서 진짜 잘 골랐다 싶었거든요. 근데 두어 달 전부터 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생리대 개수가 묘하게 안 맞는 거예요. 처음엔 제가 세는 걸 잘못했나 했는데 지난달엔 아예 뜯지도 않은 새 팩에서 반 팩이 통째로 사라졌더라고요.
이상해서 직접 물어봤더니 자기는 손도 안 댔다면서 오히려 제가 건망증 심한 거 아니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때 그 비웃는 듯한 눈빛이랑 말투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괜히 제가 예민한 사람 되는 느낌이라 더 기분 나빴어요.
그래서 며칠 전에 보안용이라는 핑계 대고 홈캠을 설치했어요. 거실 장식장 위랑 제 방 책장 틈 사이에 작게 숨겨뒀거든요. 사실 퇴근하면 영상 2배속으로 돌려보는 게 습관이라 이번에도 확인 차원이었어요. 근데 오늘 퇴근하고 영상 돌려보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김 씨가 대낮에 아무렇지도 않게 제 방문 열고 들어오더니 속옷 서랍을 제일 먼저 뒤지더라고요. 그 안에 숨겨둔 생리대를 하나씩 꺼내서 코에 대고 킁킁대더니 자기 방 침대 밑에 있는 낡은 종이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거예요. 도둑질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보면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황홀해하는 표정이 캠에 그대로 찍혔어요.
그 상자 안은 이미 수십 개로 가득 차 있었고 더 소름인 건 제가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까지 따로 비닐에 곱게 싸서 보관하고 있더라고요.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짓인가 싶어서 구역질이 올라왔어요. 근데 정작 김 씨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거실 소파에 앉아 TV 보면서 깔깔 웃고 있는데 그 웃음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미치겠어요.
이거 경찰에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나요? 영상 증거는 있는데 제가 동의 없이 홈캠 단 것 때문에 오히려 제가 걸리는 건 아닌지 그게 더 무서워요. 지금 당장 집에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결국 김** 씨와는 경찰이 동석한 자리에서 마주했습니다. 처음에는 끝까지 발뺌하던 김 씨는 제가 캠 영상을 보여주자 그제야 울음을 터뜨리며 물건을 모으는 버릇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김 씨 부모가 변호인을 대동하고 나타나 제가 동의 없이 집 안에 캠을 설치해 촬영과 녹음을 한 점을 들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맞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서랍에서 물건을 가져간 건은 벌금형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제가 몰래 찍은 영상은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고 오히려 제가 더 무거운 형사 책임을 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김 씨는 집을 나갔고, 저는 그 끔찍한 공간에 홀로 남아 밤마다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바로잡으려다 제 일상이 먼저 무너지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