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3년차 32살 며느리입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네요. 오늘 아침에 일 하나 보고 그냥 주저앉아버렸는데 이대로는 속이 터질 것 같아 여기에라도 토해냅니다.
그 돈은 제가 결혼 전부터 한 푼 두 푼 모아온 비상금 2,500만원이에요. 친정엄마가 나중에 힘들 때 쓰라고 보태준 돈에 제가 IT 중소기업 다니면서 야근수당까지 쪼개 모은 돈이죠. 결혼 전에 있던 카드빚도 사실 친정에서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는데 남편한테는 제가 월급으로 다 갚았다고 말해둔 상태라 이 통장은 더더욱 남편 몰래 제 명의로 따로 들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돈은 미래 대비용이라 포장했지만 사실 혼자 해외여행 가려고 몰래 모아둔 거였어요.
오늘 아침 9시쯤 커피 내리다가 이체할 일 있어서 앱을 켰는데 잔액이 0원으로 찍혀 있는 겁니다. 눈을 세 번을 비볐어요. 바로 은행 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어제 오후 2시 47분에 창구에서 전액 현금 인출됐다는 거예요.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저랑 남편밖에 없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주 토요일 시댁 거실 소파 옆에 제 가방을 둬뒀을 때 시어머니가 그 근처를 계속 서성이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가방 지퍼가 살짝 열려 있었거든요.
바로 시어머니한테 전화했죠. 처음엔 내가 그걸 왜 만지냐며 잡아떼시더니 제가 은행 인출 시간까지 말하니까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그래 내가 썼다,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투자에 조금만 더 넣으면 크게 불어난다길래 급해서 빌려 쓴 거다 이러는 겁니다.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냐니까 제 남편 폰 메모장에 제가 적어둔 통장 비번 네 자리를 보고 외워뒀답니다. 남의 폰 메모장을 뒤져서 제 통장을 털어간 거예요.
기가 막혀서 따졌더니 되려 목소리를 높이시면서 며느리 도리를 운운하시더라고요. 가족끼리 돈 숨기는 게 더 배신이다, 네가 내 아들 몰래 딴주머니 차는 게 더 나쁜 짓이라며 저를 이상한 사람 만드시는데 진짜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남편은 옆에서 듣더니 엄마가 잘못한 건 맞는데 우리 형편에 2,500을 당장 어떻게 갚냐, 그냥 빌려드린 셈 치고 넘어가자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더군요. 제가 매달 친정에 50만원씩 보내는 건 남편이 모르는데 그건 가족 챙기는 거고, 시어머니가 제 돈 가져간 건 도리라고요?
제 피 같은 2,500만원이 하루아침에 시어머니 투자금으로 사라졌는데 며느리니까 이해해야 한다니요. 숨이 턱 막혀서 더 있다간 정말 제 영혼까지 털릴 것 같아 바로 캐리어에 옷 대충 쑤셔 넣고 나와버렸습니다. 지금 변호사 상담 예약해둔 상태고 어떻게든 받아낼 생각인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도대체 이 집에서 제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금 친정집에 머물고 있으며 남편과는 연락을 전부 끊고 지내는 중입니다. 시어머니는 사과 한마디 없이 네가 유난을 떨어 집안을 망신시켰다는 내용의 비난 문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보내오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알게 된 사실은 시어머니가 제 돈을 가져간 이유가 단순한 투자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남편이 몰래 게임 머니를 사고 도박을 하다 빚을 졌고, 시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제 비상금 2,500만원을 빼간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끝까지 저를 속이며 둘러댔지만 결국 모든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시어머니를 상대로 절도와 비밀침해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시댁에서는 가족끼리 고소까지 하느냐며 난리를 치지만 법대로 하는 것이 제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혼 소송도 함께 진행 중이며 빼앗긴 돈 전액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길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을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