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번이라 침대에 겨우 누워 눈 좀 붙이려는데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더군요. 친구한테서 카톡이 스무 개 넘게 와있고 커뮤니티 링크 하나가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들어가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남편이라는 인간이 저를 세상천지에 다시없을 독한 년으로 포장해서 글을 올려놨더군요.
제목부터가 ‘애 버리고 집 나간 와이프, 독하게 이혼 요구하네요’ 이딴 겁니다. 제가 남편 빚 갚느라 5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 사람이 보면 기절할 내용이죠. 결혼 1년 만에 터진 첫 도박빚이 5천이었습니다. 친정 부모님 몰래 언니한테 무릎 꿇고 빌려서 막아줬어요. 그때 끊어냈어야 했는데 제가 바보였죠. 내가 참으면 된다, 내 사랑과 정성이면 이 사람 사람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 빠졌거든요. 나는 다를 줄 알았고 내 헌신이면 악마도 고쳐 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 똑같은 짓을 세 번을 더 했습니다. 전세보증금 날려먹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더군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3교대 뛰면서 비번 날엔 집에서 타이핑 알바까지 했습니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그 인간 도박빚 이자로 갖다 바쳤어요. 딸 유치원 보내려고 매달 200씩 모은 적금통장까지 몰래 빼간 걸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뭔가 뚝 끊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결국 이혼서류 내밀고 딸 손잡고 친한 언니 집으로 피신했는데, 이 인간이 바로 커뮤니티에 글을 쓴 겁니다. 제가 남편 기를 죽이고 무시하고 돈 못 번다고 구박하고 애 교육도 엉망으로 하면서 재산분할로 한몫 챙기려 한다는 겁니다. 댓글 수백 개가 달렸는데 죄다 저 욕이더군요. ‘독한 년’, ‘애가 불쌍하다’, ‘남편이 불쌍하다’...
그 인간이 거실장에 몰래 숨겨둔 녹음기에 저한테 퍼부은 욕설이랑 협박이 다 남아있고, 제가 메모해둔 이체내역이랑 사채 이자 보낸 내역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독한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제 인생은 이미 갈려나갔어도 우리 딸 인생까지 그 도박판에 던져줄 수는 없으니까요.
남편이 올린 왜곡 글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습니다. 제가 남편이 제 명의를 이용해 받은 대출 내역과 타이핑 부업으로 번 돈까지 가져간 이체 기록을 공개하자 옹호하던 댓글들은 순식간에 비난으로 뒤집혔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쓴 글이 그대로 명예를 훼손한 증거가 된다는 것도 모르고 스스로 무너진 꼴이 됐죠. 지금은 이혼 소송과 함께 고소를 진행 중이고 남편에게는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시댁도 더는 아들을 두둔하지 않고 선을 그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보호 시설을 거쳐 작은 전세집으로 옮겼습니다. 아직 갚을 돈은 남았고 몸은 고되지만 밤마다 현관 소리에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됩니다. 어제 아이가 '엄마, 이제 아빠 안 오는 거야?'라고 묻기에 '응, 이제 우리 둘만 행복하게 살자'고 안아주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가 꺼낸 가장 독한 용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