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해서 글 하나 올립니다. 제가 10년 동안 만나온 사람이 오늘 결국 남편한테 걸렸습니다. 근데 남편 반응이 너무 가관이라 제가 오히려 더 화가 나서 글 씁니다.
저희 남편, 착한 건 맞아요. 성실한 척도 열심히 합니다. 근데 성실만으로 밥이 나오나요? 결혼 15년 동안 제대로 된 월급봉투 한 번 가져온 적 있나요? 사업한다며 퇴직금 까먹고, 사기당했다며 통장 비우고, 겨우 취직하면 적성에 안 맞는다며 몇 달 만에 짐 싸서 나오는데 제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식당 설거지에 마트 파트타임까지 하루 종일 뛰었어요.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애는 배고프다고 울고, 부엌 쌀통은 바닥이 훤히 보이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거실 소파 구석에 처박혀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그 집 공기가 어떻겠어요? 숨이 막히죠. 그러다 딱 10년 전에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힘들다 하면 말없이 흰 봉투 쥐여주고 주말마다 차로 데리러 와서 좋은 식당, 좋은 곳 데려가 주던 사람이에요.
솔직히 그 사람 덕분에 제가 10년을 버틴 겁니다. 남편이 매달 비워놓은 생활비를 그 사람이 채워줬고, 제가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마다 그 사람이 일으켜 세워줬어요. 이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제가 남편을 때렸나요, 집을 팔아먹었나요? 그냥 바깥에서 숨 좀 돌리고 위로 좀 받은 게 다인데 왜 제가 매장당해야 하죠?
오늘 제가 샤워하는 사이에 남편이 제 폰을 몰래 봤나 봐요. 그 사람이랑 찍은 사진, 같이 여행 가서 찍은 사진 수십 장을 봤는지 얼굴이 시뻘게져서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너무 억울해서 저도 맞질렀죠. 니가 돈이라도 제대로 벌어다 줬으면 내가 밖으로 눈 돌렸겠냐고, 무능한 남편 때문에 내 20대 30대 다 갈아 넣은 건 누가 보상해주냐고요. 그랬더니 15년 살면서 손끝 하나 안 대던 사람이 제 뺨을 때리더라고요.
이제 정 다 떨어져서 미련도 없어요. 당장 이혼하고 그 사람한테 갈 겁니다. 근데 저보고 천하의 나쁜 년이라느니 불륜녀라느니 하는 소리는 듣기 싫네요.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 어디 있나요? 제가 10년 동안 바깥으로 돈 건 100% 남편이 무능력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