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 성적 0.5점만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학교 수준이 낮아서 오히려 우리 애 같은 애가 손해잖아요. 등급 하나 바뀌는 건데 선생님 선에서 충분히 되잖아요. 그동안 제가 챙겨드린 정성, 선생님도 아시죠?
학기 초부터였어요. 교무실 책상 서랍에 슬쩍 넣어두는 모바일 커피 쿠폰, 택배처럼 배달된 백화점 상품권까지. 처음 두세 번은 ‘감사합니다’ 하고 무심코 써버렸어요. 성의겠거니 싶었죠. 근데 횟수가 쌓이면서 요구가 노골적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정신 차리고 전부 돌려드렸어요. 쿠폰은 유효기간 지나면 자동 폐기 처리했고, 상품권은 직접 학교로 오시라 해서 봉투째 돌려드렸죠.
터진 건 기말고사 채점 끝나고였어요. 수행평가 점수표랑 지필 답안지 점수가 행정실에서 출력된 최종본이랑 미묘하게 어긋나는 거예요. 확인해보니 행정실 쪽에 손발 맞는 사람이 있어서 성적 입력 단계에서 몰래 손댄 거였죠. 다른 애들은 밤새워 공부해서 한 문제로 등급 갈리는데 이건 선을 넘었잖아요. 바로 교감실에 보고하고 교육청에 정식 조사 요청 넣었어요.
조사가 들어가자마자 그 엄마가 돌변했어요. 점심시간 2층 중앙복도, 애들 우르르 지나가는데 제 교무실 앞 복도에서 멱살을 잡아채더라고요. 네가 뭔데 우리 애 인생을 망쳐! 성적 좀 만져주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애를 범죄자 자식으로 만들어? 너 같은 게 무슨 교사야, 입시 살인마야! 학부모 단톡에 네가 먼저 뇌물 달라고 했다고 다 퍼뜨릴 거야! 복도에 있던 애들, 선생님들 다 얼어붙었어요.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다음이에요. 자기가 보냈던 커피 쿠폰 내역을 교묘하게 편집해서 제가 먼저 챙겨달라고 한 것처럼 만들어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거예요. 제목에 대놓고 애 미래 망친 살인마 교사라고 써서요. 지금 저는 오히려 뇌물수수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어요. 원칙 지키자고 한 일인데 제 교직 인생이 하루아침에 흔들리니까 손이 떨리고 밤에 잠도 안 와요. 제가 너무 융통성 없게 굴어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근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신고했을 거예요. 애들 얼굴 보고 부끄러운 선생으로 남고 싶진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