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하얘져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남편과 이혼 조정 3개월 차입니다. 1년 넘게 외박은 밥 먹듯 하고 생활비는 반년째 한 푼도 안 주길래 제가 먼저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처음엔 절대 이혼 못 해준다며 집에서 고성을 지르던 인간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원만하게 합의 보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사업자 정리해야 조정 합의금을 마련할 수 있다, 서류 한 장만 떼면 된다며 제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요구했습니다. 조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받아주겠다는 말만 믿고 설마 부모님 집까지 건드리겠어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냥 넘겨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손으로 직접 도장을 찍어준 꼴입니다.
그런데 조정 기일을 사흘 앞두고 담당 변호사님이 등기부등본부터 떼어보라고 하더군요. 떼어보니 평생 야근에 주말 알바까지 뛰며 마련하신 친정 부모님 아파트에 수천만 원대 근저당이 떡하니 박혀 있었습니다. 채권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대부업체였습니다.
남편을 붙잡고 따지니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어차피 이혼하면 남인데 장인 장모 집 담보로 돈 좀 쓴 게 뭐가 문제냐, 이미 도박 빚 갚는 데 다 썼으니 알아서 하라며 코웃음을 치더군요. 부모님은 아직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르십니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만 하신 분들의 유일한 노후 보금자리를 제가 직접 날려버린 셈입니다.
변호사님은 제가 직접 써준 위임장이 있으면 다투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리가 풀렸습니다. 부모님 얼굴을 무슨 낯으로 봐야 할지, 왜 그때 의심 한 번 안 했는지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 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