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이가 없어서 글 쓴다. 오늘 연차 겨우 내고 큰맘 먹고 소문난 호텔로 호캉스 왔다. 맨날 야근에 치여 살아서 이 정도는 나 자신한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고 카드 긁을 때 손 떨면서도 비싼 돈 주고 예약한 곳이다.
로비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아로마 향에 카펫 깔린 복도, 은은한 간접조명까지 완벽해서 역시 돈값 한다 싶었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푹 파묻혀 와인 한 잔 따고 넷플릭스 틀었는데 벽 너머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처음엔 캐리어 넘어진 건가 했는데 바로 이어서 찢어지는 듯한 여자 비명이 벽을 뚫고 들어왔다. 살려달라는 말은 없었지만 숨 넘어갈 듯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고 곧이어 유리 같은 게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복도까지 진동하며 퍼졌다.
혼자 방에 갇혀 그 소리를 듣는데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고 손발이 얼어붙었다. 바로 112를 누를까 하다가 괜히 부부싸움에 끼었다가 내가 진상 되는 거 아닌가 싶어 손이 안 나갔다. 그래서 일단 프론트에 전화했다. 옆방에서 여자 비명에 뭔가 깨지는 소리까지 난다, 제발 빨리 와서 확인 좀 해달라고.
그렇게 10분은 족히 지났을까, 겨우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문을 10cm만 열어봤더니 복도 스탠드 불빛 아래 유니폼 입은 남자 직원이 한 손에 무전기 들고 서 있었다. 근데 표정이 진짜 가관이었다. 내가 얼굴 하얗게 질려서 지금도 비명 들리지 않냐,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더니 대놓고 입 쩍 벌려 하품하면서 아 그분들 체크인 때부터 싸우셨어요, 부부싸움이니까 신경 끄세요, 술 마시면 원래 저래요 이러는 거다.
내가 비명에 유리 깨지는 소리까지 났는데 그냥 두면 어떡하냐, 노크라도 해보라고 했더니 저분들 저희 단골이라 저희가 잘 알아요, 좀 있으면 잠잠해져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남의 부부싸움에 끼면 피곤만 해요 하면서 또 하품 쩍 하고 휙 돌아서 카펫 밟고 가버렸다.
결국 밤새 벽 너머에선 고함에 문 쾅 닫는 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고 나는 불 다 끄고 침대 머리맡에 웅크려 벌벌 떨었다. 내가 낸 숙박비에 안전 보장도 포함된 거 아니냐, 손님이 무섭다고 하는데 하품으로 답하는 게 호텔 직원이냐. 내가 예민한 건가 아니면 이거 본사에 정식으로 컴플레인 박아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