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심 대형 백화점 명품관에서 7년째 세일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고객님들 사생활은 무덤까지 가져가는 게 저희 철칙인데, 어제오늘 겪은 건 도저히 혼자 삭히기가 안 돼서 익명으로라도 털어놓습니다.
저희 매장에 박**님이라는 VIP가 계세요. 한 달에 몇천만 원씩은 그냥 쓰는 분이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죠. 어제 오후 3시쯤 그분이 부인분과 함께 매장에 들어오셨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쇼케이스 안에 있던 클래식 램스킨 백을 고르시더라고요. 가격 1,500만원대였는데 카드 긁는 데 1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부인분은 가방을 어깨에 걸어보며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셨고, 나가실 때 저희한테까지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셨어요. 뒤에서 저희끼리 저런 남편이면 진짜 행복하겠다고 수군거렸던 게 어제 일입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오전, 오픈한 지 30분도 안 돼서 그 박**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어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랑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데, 한눈에 봐도 모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꾸민 스타일이더라고요.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끼리 눈빛만 교환하고 모르는 척 응대했는데, 어제 부인 앞에서는 무뚝뚝하고 젠틀하던 분이 그 여자 앞에서는 목소리 톤부터 달라져서 계속 웃고 장난치고 있더군요.
압권은 그 여자가 매장에 딱 하나 남은 한정판 크로커다일 가죽 백을 콕 집었을 때였습니다. VIP 중에서도 대기 걸어야 받을 수 있는 물건이고 가격도 7,000만원이 넘거든요. 박**님은 이건 너한테 딱이다 하면서 바로 블랙카드를 꺼내더라고요. 어제 부인한테 준 가방보다 4배 넘게 비싼 걸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결제하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매장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어제 그 부인분이 이 광경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싶고, 그렇게 점잖은 척하던 분의 민낯에 환멸도 느껴졌습니다. 근데 동시에 그 악어가죽 특유의 영롱한 광택을 보면서, 저런 걸 아무렇지 않게 선물하는 재력에 배알이 꼬이는 제 자신이 더 싫어지네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