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차,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전문직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는 중견 회계법인에서 팀장을 맡아 하루 12시간을 숫자와 씨름하며 살고, 남편은 동네에 작은 카페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남편 폰에서 알바생과 나눈 메시지를 우연히 봤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덕분에 버텼다’, ‘네가 있어 다행이야’ 같은 다정한 응원들이더군요. 정작 저에게는 1년 넘게 ‘밥 먹었어’ 한 마디 없던 사람이 남에게는 저렇게 살가우니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그날 이후 저는 계산을 마쳤습니다. 소리 지르고 싸워봤자 감정만 소모된다는 판단이 섰거든요. 남편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빌 때까지 완벽하게 입을 닫기로 한 겁니다. 식사는 식탁 양끝에 따로 차려 먹었고, 거실에서도 일부러 동선을 겹치지 않았습니다. 안방과 작은방 문을 닫고 생활하며 필요한 말은 메모로만 남겼죠. 이게 가장 이성적이고 깔끔한 징벌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200일을 넘게 버텼는데, 어제 남편이 식탁 위에 서류 봉투를 던지더군요. “이 집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숨이 턱 막힌다, 이제 그만하자” 그러는 겁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외도를 한 건 본인인데 집안 분위기가 차갑다는 게 이혼 사유가 됩니까? 저는 배신감에 말을 아낀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인정합니다, 저는 완벽주의라 집안일이든 돈 관리든 꼼꼼하게 챙기는 편입니다. 남편이 숫자에 약하니 가계부며 대출이며 제가 다 잡아준 것도 사실이고요. 그게 다 이 집 굴러가라고 한 건데, 이제 와서 숨 막혔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요? 바람핀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라고 보는데, 제가 정말 잘못한 건지 묻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