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와서 글 씁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손이 덜덜 떨려서 오타가 나도 좀 봐주세요.
저한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년을 붙어 다닌 절친 ○○○이 있었어요. 제 부모님도 걔를 친딸처럼 예뻐하셨고 저도 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죠. 평소에 걔가 갖고 싶다는 게 있다거나 돈이 급하다 하면 몇 만원씩 그냥 쥐여주기도 했고 밥값 술값은 거의 제가 냈어요. 제가 중견기업 다니니까 좀 더 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그런데 지난달 밤 11시쯤 걔가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데 300만원이 딱 부족해서 당장 안 넣으면 수술실에 못 들어간다는 거예요. 너무 급박해서 따질 정신도 없이 제가 2년 넘게 부은 적금 깨서 바로 보내줬어요. 차용증이요? 10년 우정 사이에 그런 걸 쓰자고 하는 게 오히려 예의 없어 보였어요.
약속한 날짜가 지났는데도 연락이 뚝 끊기더라고요. 제가 먼저 연락하니까 '병원 정산이 아직 안 됐다'면서 계속 미루는 거예요. 그러다 며칠 뒤 인스타 피드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어요. 제가 준 돈으로 산 게 분명한 명품백을 메고 한 끼에 몇십만원 하는 오마카세 앞에서 웃고 있더라고요. 거기다 친구들이랑 바다 보이는 호텔로 여행까지 다녀왔더군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장문으로 카톡을 보냈어요. '아버지 수술비라면서 빌려간 돈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당장 갚으라'고요. 그랬더니 돌아온 말이 가관이었어요. '너 진짜 무섭다 300 때문에 사람 인스타 스토킹하냐' '돈 앞에 우정도 없냐 네 인성 바닥인 거 이번에 알았다' 이러면서 저를 차단해버리더라고요. 너무 답답해서 걔 전 남친한테라도 연락해서 제발 말 좀 전해달라고 한 게 다인데 그걸 협박이라고 몰아가더군요.
그 다음이 더 기가 막혀요. 저희 동네 친구들 다 있는 단톡방마다 제가 걔를 돈으로 괴롭히는 예민한 년, 스토커라고 소문을 다 퍼뜨린 거예요. 심지어 제가 걔 집 앞에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요. 어제 마트에서 동네 아주머니랑 마주쳤는데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혀를 차시는데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지금 저는 돈도 잃고 10년 우정도 잃고 동네에서 평판까지 박살 났어요. 걔는 지금도 새 가방 들고 웃으면서 데이트 다니겠죠. 증거는 계좌 이체 내역이랑 카톡 몇 줄이 다인데 이걸로 법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요? 진짜 마음이 가루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댓글로 많은 조언을 듣고 용기를 내 변호사 상담을 받은 뒤 바로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내용증명이 도착하자마자 ○○○에게서 온갖 욕설과 압박 전화가 쏟아졌지만 조언대로 전부 녹음해 두고 일절 대응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러다 다른 지인을 통해 ○○○의 아버님이 전혀 아프지 않고 요즘도 건강하게 등산을 다니신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내용을 커뮤니티와 주변 지인들에게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그제야 저를 몰아세우며 비난하던 사람들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과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은 결국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습니다. 빌려간 300만원은 민사 소송을 통해 끝까지 받아낼 생각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제 삶을 무너뜨리려 한 그 뻔뻔함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우정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 몰랐지만 덕분에 괴물을 걸러냈다고 여기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