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만난 남친인데 최근 두어 달 전부터 폰을 손에서 아예 안 놓더라고요. 화장실 갈 때도 꼭 챙겨가고 잘 때도 배 위에 올려놓고 자고. 원래 비번 서로 공유하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패턴 바꿔놓고는 ‘사생활 존중해줘야지’ 이러는 거예요. 그때부터 가슴이 쿵 내려앉고 손끝이 차갑게 떨리기 시작했어요.
결국 지난 주말에 사고 쳤어요. 남친이 우리 원룸에서 술 마시고 뻗어서 코까지 골면서 자길래 침대 옆 협탁에 둔 폰을 몰래 집었죠. 떨리는 손으로 걔 엄지 손가락 살짝 들어서 지문 인식에 갖다 댔어요. 죄책감이요? 그땐 그런 거 느낄 틈도 없었어요. 그냥 오늘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메신저랑 갤러리 들어가자마자 눈앞이 하얘지더라고요. 다른 여자랑 호텔 예약 내역이 버젓이 있고 ‘보고 싶어 미치겠어’ ‘어제 너무 좋았어’ 이런 대화가 끝도 없이 깔려 있는 거예요. 증거 남겨야겠다 싶어서 제 폰으로 화면 미친 듯이 찍고 있는데 갑자기 뒤척이더니 남친이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
제가 자기 폰 들고 찍고 있는 걸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폰을 확 낚아채더라고요. 제가 울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하고 따지니까 사과는커녕 제 얼굴을 빤히 보면서 ‘야 너 진짜 소름 돋는다. 자는 사람 손가락 가져다 대서 폰을 열어? 너 이런 애였어? 진짜 정떨어진다’며 오히려 저를 스토커 취급하는 거예요.
바람 걸린 건 본인인데 자기 잘못은 싹 지워버리고 제가 폰 훔쳐본 것만 물고 늘어지면서 당장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더라고요. 제가 진짜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가요?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는데 억울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그날 이후 결국 헤어졌어요. 남친은 마지막까지 저를 스토커 같은 집착녀로 몰아세우며 주변 지인들에게 제가 자는 사람을 몰래 뒤져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얘기만 과장해서 퍼뜨리고 다니더라고요. 호텔 예약 내역과 다정한 대화 캡처를 전부 공개해버릴까 밤새 고민했지만 더 엮이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해 연락처와 SNS를 전부 차단하고 정리했어요. 아직도 밤마다 자다 깨면 그때의 차갑고 경멸 어린 눈빛이 선명하게 떠올라 가슴이 쿵 내려앉아요. 공통 친구에게서 소문이 들릴 때마다 억울함에 숨이 턱 막히고, 자기 잘못은 싹 지우고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뻔뻔함에 이제는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