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덜덜 떨리는 게 분노 때문인지, 이 등골 서늘한 복수 직전의 쾌감 때문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지금 저는 평생 언니라 부르며 따랐던,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는 그 인간의 결혼식장 1층 로비, 샹들리에가 번쩍이는 입구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린 그냥 평범한 자매였습니다. 두 분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곁을 떠나신 뒤 남은 건 통장에 찍힌 2억과 서로뿐이었죠. 언니가 “상속 절차 잘 아는 선배가 있다, 내가 알아서 할게” 하면서 제 인감도장이랑 신분증, 위임장까지 챙겨갔습니다. 현관문 나서며 웃던 그 뒷모습이 언니를 본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잔액 조회하자마자 숨이 턱 막히더군요. 아버지가 평생 현장에서 땀 흘려 모은 2억이 숫자 하나 없이 깡통이 되어 있었습니다. 언니 번호는 없는 번호로 뜨고 카톡은 1도 안 읽힘. 그 돈은 제 학자금 대출 갚고 둘이 다시 일어설 마지막 동아줄이었는데 말이죠. 그 뒤 6개월은 진짜 지옥이었습니다. 낮엔 중소기업 회계팀 대리로 영수증과 씨름하고, 밤엔 퇴근하자마자 법률구조공단이랑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언니 행방을 쫓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친구 스토리에 뜬 SNS 하나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언니였습니다. “드디어 나의 왕자님을 만났어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신부가 될게요”라면서 호텔 예식장에 명품백 들고 찍은 웨딩 화보를 올렸더군요. 제가 카드값 독촉에 시달려 라면으로 버티던 그 시간에, 언니는 제 돈으로 드레스 고르고 꽃장식 고르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 언니가 걸을 그 버진로드, 하얀 꽃길 끝엔 언니가 꿈꾸던 완벽한 신혼이 있겠죠. 근데 미안하지만 그 길의 하이라이트는 언니가 아니라 제가 품에 안고 온 이 서류가 될 겁니다. 민사 소장에 상속회복청구 소장까지 두 부. 지금 식장 문 열고 들어갑니다. 대기실에서 활짝 웃고 있을 언니랑, 그 실체를 하나도 모르고 웃고 있을 신랑과 시부모님께 제대로 된 결혼 선물 하나 드리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