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 올라오는 글들 보면서 남 일인 줄만 알았는데 제가 직접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지금 속이 뒤집혀서 도저히 잠이 안 와서 키보드라도 두드려야겠어서 글 올립니다.
결혼 3년 차고 시어머니가 차로 5분 거리에 사세요. 반찬 갖다준다는 핑계로 현관 비밀번호 찍고 노크도 없이 들어오시는 게 일상이에요. 들어오자마자 냉장고 문부터 열어보시고 유통기한 체크, 안방 옷장까지 열어 젖히면서 정리해준다는 분이라 매번 숨이 막혔는데 이번엔 선을 완전히 넘으셨어요.
친정아버지가 얼마 전부터 몸이 안 좋으셔서 큰 수술 얘기까지 나왔어요. 남편한테 말하면 괜히 시댁 경조사비니 선물이니 하면서 새 나갈까 봐 제가 회사 다니면서 야금야금 모은 돈에 친정에서 보태주신 거 합쳐서 500을 현금으로 만들어 안방 서랍 제일 깊숙한 곳, 겨울 니트 더미 밑에 꽁꽁 숨겨뒀어요. 솔직히 시어머니 임플란트 비용 얘기 나올 때마다 집에 돈 없다고 했던 터라 더더욱 들키면 안 되는 돈이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저녁 퇴근해서 현관문 열자마자 거실 바닥에 백화점 쇼핑백이 한가득 널려 있는 거예요. 코트에 가방까지 택도 안 뗀 게 수두룩하더라고요. 소파에 앉아 계신 시어머니한테 이게 다 뭐냐고 물었더니 너무 태연하게 웃으면서 '어머, 안방 서랍 정리하다가 돈이 나오더라. 내가 너희 잘 되라고 얼마나 기도했는데 며느리가 주는 용돈인 줄 알고 썼지' 이러는 거예요. 진짜 귀를 의심했어요.
제가 그 돈이 뭔지 아시냐고, 아버지 수술비 때문에 한 푼 한 푼 모은 제 돈인데 왜 허락도 없이 쓰시냐고 울면서 따졌더니 갑자기 표정 싹 굳히면서 고함을 지르시더라고요. '야, 너는 왜 그런 큰돈을 서랍 구석에 숨겨서 사람을 시험해? 대놓고 어머니 쓰세요 했으면 내가 예쁘게 썼지, 네가 그렇게 숨기니까 궁금해서 찾아본 거 아니냐. 사람 호기심 자극해놓고 이제 와서 도둑 취급하냐? 돈으로 시어머니 무시하는 네가 더 몰상식한 년이다'라며 적반하장으로 저를 몰아가시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뒤늦게 퇴근한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더 어이가 없어요. '엄마가 그 돈을 어디다 버린 것도 아니고 옷 몇 벌 산 건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수술비는 대출이라도 받으면 되지 않냐, 우리 엄마를 대놓고 도둑 취급하는 네가 더 소름 끼친다'면서 저한테 화를 내요. 지금 시어머니는 동네 사람들한테 제가 일부러 돈 숨겨놓고 시어머니 도둑 만들려고 시험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 중이세요. 이 집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진짜 미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