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손이 미친 듯이 떨려서 키보드를 제대로 못 누르겠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인지 누가 좀 판단해줘요. 제가 유난인 건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2년 넘게 만난 남친이 두 달 전부터 폰을 수시로 초기화하더니 내 앞에서는 액정 한 번 제대로 안 보여준다. 소파에 앉을 때도 폰을 주머니에 꽉 쥐고 있고, 회식 핑계로 새벽 두세 시에 들어오면서 샤워하러 갈 땐 방수팩에 폰을 넣어서 욕실 선반에 올려놓을 정도다. 누가 봐도 구린데 물어보면 ‘회사 보안 때문이다’ ‘네가 의심병이다’라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웠다.
참다 참다 결국 새벽에 걔 코 고는 소리 들릴 때 몰래 내 지문을 하나 추가 등록했다. 이미 초기화된 폰이라 포기할까 하다가 사설 복구 업체에 50만원 가까이 주고 카톡 대화랑 사진, 영상을 전부 살려냈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상상도 못 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인 동생이랑 호텔 침대에서 찍은 셀카부터 시작해서, 나를 두고 ‘금방 질리는 스타일’ ‘결혼은 다른 사람이랑 할 거고 얘는 그냥 시간 때우기용’이라며 비하한 대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성적 농담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걸 내 폰으로 전부 찍어서 걔 얼굴 앞에 던졌더니, 이 인간 반응이 뭔지 아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눈을 뒤집고 ‘네가 내 폰을 몰래 따서 업체까지 맡긴 게 제정신이냐, 당장 신고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 그리고 어제 진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됐으니 조사받으러 오라고. 바람 피운 놈은 지금도 그 여자랑 당당하게 다니는데, 나는 몰래 폰을 본 사람으로 몰려서 전과자 직전이 됐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키고 싶었던 게 고작 이런 취급인가. 잘못한 놈이 법 뒤에 숨어서 피해자인 나를 고소하는 게 말이 되나. 내가 그렇게까지 큰 잘못을 한 건가. 억울해서 밤새 눈이 안 감긴다.
글을 올린 뒤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남친은 이미 그 여자와 함께 변호사 상담을 마치고 나를 어떻게 압박할지 단계별로 시나리오까지 짜둔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평소 상습적으로 말을 뒤집고 사생활을 감시해 심리 상담까지 고민했다는 식의 거짓 진술을 했다고 한다.
회사 안에도 이미 소문이 은근히 퍼져 있다. 잡지 업계는 평판이 생명인데 남친 친구 중 한 명이 우리 편집장과 아는 사이라 내가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흘렸다는 말을 들었다. 스물아홉의 마지막을 이렇게 통지서와 눈물로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판 하나로 먹고사는 바닥이라 타격이 더 크게 느껴진다.
현재는 법률 지원 기관에 상담 예약을 잡아두고 남친이 내 카드를 몰래 사용해 그 여자에게 선물을 사준 결제 내역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남친은 끝까지 내게 네가 더 소름 끼친다고 비아냥대며 조롱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끝까지 법적인 절차로 다퉈볼 생각이다. 내 일상이 흔들리더라도 이 뻔뻔함은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 이번 일로 모든 게 무너진다 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