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 쓰는 손가락이 덜덜 떨려서 자판이 자꾸 미끄러지네요. 오타가 좀 나도 이해해주세요. 아니 오타가 문제가 아니라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서 숨이 안 쉬어집니다. 이런 일이 저한테 터질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어요.
결혼 5년차, 주변에서 다 부러워하는 잉꼬부부 소리 듣고 살았어요. 남편은 IT 엔지니어에 연봉도 꽤 높고 겉으로는 다정 그 자체였죠. 제 친구들한테도 살갑게 굴어서 평판이 좋았고요. 특히 대학 때부터 속얘기 하나까지 다 털어놓던 절친 박**이랑은 진짜 자매처럼 지냈습니다. 제 결혼식에서 세상 감동적인 축사 읽어주면서 같이 울어주던 그 박**이에요.
이상 신호는 진짜 사소한 데서 시작됐어요. 남편이 폰 비번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바꾸더니 자기 전엔 꼭 폰을 베개 밑에 깔고 자더라고요. 샤워하러 들어가면서도 욕실 선반 위에 폰 올려놓고 문까지 닫는 거 보고 ‘업무 때문에 예민한가’ 싶었죠. 저도 광고회사에서 야근에 치여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요. 근데 알림 뜰 때마다 잠깐 스치는 이름이 계속 박**인 거예요. 단톡도 아닌데 둘 사이에 뭔가 끈적한 공기가 흐르는 게 딱 느껴지더라고요.
터진 건 지난 주말이었어요. 남편이 회식이라더니 자정 넘겨서 현관문에 기대 쓰러지듯 들어오더라고요. 신발 한 짝은 벗고 한 짝은 신은 채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코를 골고, 손에는 폰을 쥐고 놓질 않아요. 간신히 부축해서 침대에 눕히고 폰을 빼봤는데 패턴이 또 바뀌어 있더군요. 평소 쓰던 생일 조합, 기념일 조합 다 넣어봤는데 다 틀렸다고 뜨고. 결국 다음날 아침 남편이 화장실 간 틈에 폰 들고 예전에 알던 사설 복구 업체로 차 몰고 갔습니다.
사장님이 ‘삭제된 거 복구하려면 몇 시간 걸린다’ 해서 카페에서 식은땀 흘리며 기다렸어요. USB 하나 건네주는데 손이 얼음장 같더라고요. 노트북에 꽂아 폴더 여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최근 삭제된 항목’ 안에 동영상만 수십 개, 용량 합치면 3.2GB. 썸네일만 봐도 모텔 침대, 커튼, 조명이 다 똑같아요. 그 한가운데서 제 남편이랑 뒤엉켜 있는 여자가 제가 10년을 언니처럼 믿었던 박**이었습니다.
하나씩 눌러보는데 속이 뒤집히더라고요. 날짜 보니까 제가 지방 출장 간 날, 심지어 친정엄마 생신이라 하루 비운 날에도 둘이 만났어요. 영상 속 박** 목에는 제가 생일에 선물한 목걸이가 걸려 있고 둘이 깔깔대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더군요. ‘걔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 ㅋㅋ’, ‘이렇게 재밌게 노는 줄 알면 뒤집어지겠지?’ 제 귀에 대고 비웃는 것 같아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금 바로 앞에서 남편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식빵 굽고 있고, 박**한테서는 ‘오늘 점심 같이 먹자 ㅎㅎ’ 카톡이 와 있어요. 이 3기가짜리 폭탄을 어떻게 터뜨려야 저 두 인간을 가장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5년 결혼생활이 통째로 사기당한 기분이라 눈물조차 안 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
폭로가 터진 지 석 달이 지났다. 나는 그날 곧바로 집을 나와 친한 선배의 오피스텔에 머물며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설 복구 업체에서 받아온 3기가가 넘는 영상은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증거가 되어 모든 과정을 내 쪽으로 이끌었다. 남편은 처음엔 끝까지 잡아떼다 내가 영상을 직접 보여주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통곡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완전히 식어 어떤 말도 닿지 않았고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만큼 닫혀 있었다.
절친이던 박**은 증거를 들이밀자 오히려 네가 평소 남편을 외롭게 해서 생긴 일이라며 뻔뻔하게 몰아세워 할 말을 잃게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영상을 박** 직장 동료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과 상견례를 마친 예비 시댁 식구들에게 실수로 잘못 전송한 것처럼 퍼뜨리자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 그 뒤 박**은 모든 사회적 관계가 끊기고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통보받았으며 결혼 이야기도 완전히 파기됐다.
남편 역시 회사 안에 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승진에서 누락되고 주변의 차가운 시선 속에 이직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아파트를 정리해 내 몫의 재산과 위자료를 확보한 뒤 긴 해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가끔 거울을 볼 때면 목 뒤 발진이 다시 올라오곤 하지만 예전처럼 안정제에 기대지 않고 복수라는 결과로 버티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이제는 그 영상을 떠올려도 손이 떨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이번 일로 뼈저리게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