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34분, 머리맡 핸드폰이 발작하듯 울려서 눈이 떠졌어요. 액정에 뜬 건 대학병원 응급실 번호였고, 간호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처음 듣는 여자 이름을 대며 보호자 맞냐고 묻더군요. 그 여자 응급 연락처 1순위에 제 번호가 떡하니 저장돼 있다는데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어요.
남편은 어제 저녁 7시쯤 캐리어 끌고 지방 세미나 2박 3일이라며 현관문을 나섰거든요. 미친 듯이 몰아 도착한 응급실은 새벽인데도 형광등이 번쩍이고 피비린내랑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복도 끝 침대에 산소마스크 낀 채 얼굴 반쪽이 붕대로 칭칭 감긴 여자가 누워 있었고, 간호사는 저를 보호자인 줄 알고 자꾸 서류부터 내밀더라고요.
간호사가 찢어진 어깨 상처를 보려고 붕대를 한 겹씩 풀어내는데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렸어요. 어깨부터 가슴팍까지 이어진 봉합 자국에, 살이 아물도록 촘촘하고 미세한 간격으로 박힌 매듭이 줄지어 있는 거예요. 외과 의사인 남편이 2년 전 제 수술 봉합해주면서 이건 교과서에도 없는 나만의 암호라며 웃던 그 매듭 그대로였어요. 그 기괴할 정도로 균일한 시그니처가 낯선 여자 몸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어요.
그 와중에 남편은 지방 호텔 영수증이랑 조식 사진까지 꼬박꼬박 보내며 알리바이 코스프레 중이더군요. 근데 그 매듭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더 기가 막힌 건 응급실 보호자 서명란에 제 이름을 제 필체까지 흉내 내서 위조해놨다는 거예요. 사고 난 여자 떠넘기고 자기는 지방에서 발 빼고, 나보고 병원비 내고 수발 들라는 심산인 거죠. 지금 당장 그 매듭 다 잘라버리고 싶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사진부터 찍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