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가 두 번씩 눌려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도 안 가서 그냥 어디라도 털어놓으려고 글 올립니다.
저는 28살 의류매장 매니저고, 엄마 없이 저 혼자 키워주신 아빠랑 빌라 전세에 둘이 살고 있어요. 오빠는 3년 전에 집안 돈 문제로 아빠랑 머리채 잡고 싸운 뒤로 아예 연락 끊었고요. 그 빈자리를 제가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 월급 250만원에서 밥값, 교통비 빼고 180~200은 꼬박꼬박 아빠 통장으로 넣어드렸어요. 아빠 퇴직금 5천에 제 적금 3천 보태서 간신히 맞춘 8천짜리 전세였거든요.
오늘 저녁 8시쯤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술냄새를 풍기면서 아빠가 거실 장판에 그대로 무릎을 꿇더라고요. 전세금을 다 날렸대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제가 폰 들고 경찰에 신고하자고 울면서 난리를 쳤는데, 아빠가 떨리는 손으로 태블릿을 내밀더라고요. 제가 작년에 아빠 심심하실까 봐 사드린 그 태블릿으로 1년 넘게 새벽마다 사설 도박 사이트를 돌리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더니 아빠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하더라고요. 오히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저한테 따지는데, “네가 평소에 나한테 살갑게 굴기라도 했냐, 내가 외로우니까 그런 데 손댄 거 아니냐”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제 효도가 부족해서 그렇대요.
아빠 말로는 제가 퇴근하면 피곤하다고 방문 닫고 들어가 버리고, 주말엔 친구 만나러 나간다며 집에 코빼기도 안 비치고, 늙은이가 하루 종일 거실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게 얼마나 지옥인지 아냐고 하더라고요. 8천 날린 건 그냥 한 번의 실수인데 딸이 아빠를 범죄자 취급한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대성통곡을 하는데, 그 모습 보니까 정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당장 2주 뒤면 전세 만기라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 이미 구했다며 칼같이 빼라고 하고, 아빠는 안방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배째라는 식이에요. 그러면서 저보고 “네 이름으로 대출이라도 알아봐라” 하고 떠넘기는데...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게 정말 제가 효도를 못 해서 생긴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