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너무 놀라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분하고 억울해서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제가 사는 곳 관리비만 30만원 넘게 내는 나름 고급 아파트예요. 공동현관 카드키 없으면 못 들어오고 CCTV도 빵빵하다길래 믿고 들어온 곳인데 오늘 그 믿음이 와장창 깨졌어요.
저녁 8시쯤이었는데 차단 박은 전남친이 예고도 없이 1층 공동현관 앞에 떡하니 서서 인터폰을 미친 듯이 눌러대더라고요. 헤어진 지 석 달 넘었고 번호고 SNS고 다 차단했는데 어떻게 카드키 뚫고 로비 안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무서워서 현관문 잠그고 숨죽이고 있었더니 복도에서 제 이름 악을 쓰면서 현관문을 발로 차고 문고리를 흔들어대는데 옆집까지 다 들릴 정도로 쾅쾅 울리더라고요. 쪽팔리고 무서워서 일단 나가서 대화로 돌려보내려 했는데 나오자마자 팔뚝을 낚아채서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질질 끌고 가더라고요.
살려달라고 악 지르면서 뿌리치고 슬리퍼도 안 신고 맨발로 복도 끝 비상계단으로 뛰어서 1층 로비 경비실까지 내려갔어요. 경비실 안에 아저씨가 의자 뒤로 젖히고 TV 크게 틀어놓고 보고 계시길래 유리창 두드리면서 울먹여서 제발 경찰 좀 불러달라고 매달렸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날 위아래로 훑더니 진짜 어이없게 손으로 휘휘 젓더라고요. '아이구 젊은 애들끼리 싸우는 거 가지고 뭘 그래, 남녀 싸움에 끼면 나만 손해지. 둘이 알아서 풀어' 이러면서 다시 TV로 고개 돌리는 거예요. 뒤에서는 그놈이 쫓아 내려오고 있는데 완전 방관하는 거죠.
전남친은 로비 바닥에 발자국 소리 울리면서 쫓아오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는 팔짱 끼고 구경만 하더라고요. 제가 관리비 떼먹은 것도 아니고 입주민인데 이게 말이 돼요? 솔직히 평소 인사 잘 안 하고 좀 예민하게 군 건 맞는데 그걸로 사람이 위험에 빠졌는데 모른 척을 해요? 진짜 인간인가 싶더라고요.
결국 그놈이 로비 한가운데서 제 머리채 잡으려고 손 뻗는 순간 마침 음식 배달 오신 기사님이 문 열고 들어오시다가 소리 지르고 말려줘서 경찰 부르고 끝났어요. 경찰 와서도 경비 아저씨는 '둘이 좋을 때 좋다고 싸우는 건데 내가 왜 끼냐'면서 오히려 큰소리치더라고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어요.
이러고 어떻게 이 아파트에 계속 살아요? 입주민이 끌려가는데 싸움 구경이나 하는 경비를 뭘 믿고 살아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내일 관리사무소 가서 영상 따고 당장 교체하라고 할 건데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될 것 같아서 공론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