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글 올립니다. 2년도 안 되게 만났던 전 남친한테 연락이 왔어요. 잘 지내냐고, 요즘 자꾸 생각난다고, 염치 없지만 얼굴 한 번만 보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연락 온 성의가 있길래 제가 쿨하게 만나주기로 했죠.
장소는 제가 자주 가는 호텔 102층 라운지로 제가 정했어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통창으로 야경 보이고 자리 간격 넓어서 대화하기 딱 좋거든요. 근데 이 인간 오자마자 밥 먹고 왔다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 딱 시키는 거예요. 저는 퇴근하고 바로 간 거라 배고파서 시그니처 샴페인 세트에 트러플 파스타, 디저트로 수플레까지 시켰죠. 물론 혼자 먹으려고 시킨 건 아니고 같이 먹자고 메뉴판 밀어줬는데 본인이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더라고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전 남친이 그동안 승진했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며 자랑을 늘어놓길래 아 이제 좀 사람 됐나 싶었죠. 추억 얘기 꺼내면서 재회하고 싶다는 눈치 주길래 저도 적당히 맞춰줬어요. 근데 계산할 때 터졌습니다. 직원이 가죽 빌지판 가져다주자마자 갑자기 화장실 좀 하고 온다며 일어나더니 한참을 안 돌아오는 거예요. 이상해서 나가봤더니 얘가 라운지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팔짱 끼고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산 안 했어? 물었더니 너무 당당하게 어, 네가 시킨 거니까 네가 내는 게 맞지. 나는 내 커피값만 두고 왔어 이러는 겁니다. 귀를 의심했어요. 아니 자기가 보자고 불러놓고 그 정도는 예의상 내는 거 아닌가요? 제가 네가 오라 해놓고 무슨 소리냐 했더니 나는 커피 마시자고 했지 샴페인에 파스타까지 풀코스로 먹자고 한 적 없잖아 하면서 계산서를 제 쪽으로 슥 밀더라고요. 그때 그 비릿하게 웃던 표정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제가 홧김에 긁긴 했는데 제가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