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서 오타가 나도 이해해주세요. 제가 예민한 건지 이 상황이 정상인지 도통 구분이 안 돼서 글 올립니다.
저 31살 중소기업 경리구요, 5년 사귄 남친이 있어요. 남친은 소위 고시생이었어요. 5년 전부터 법조인 꿈을 향해 달린다길래 저는 철석같이 믿었어요. 키도 크고 생김새도 훤칠하고 말발도 청산유수라 진짜 법복 입으면 멋질 거라 믿었거든요. 저도 덩달아 인생이 업그레이드될 거라는 상상에 취해 있었어요.
5년 동안 제 청춘을 통째로 갈아 넣었어요. 실수령 260 중에 200은 고시원비, 인강비, 책값, 식비로 그냥 남친한테 넘어갔어요. 저는 퇴근하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면서도 걔한테는 홍삼이며 헬스 보충제며 제일 비싼 걸로 사다 날랐어요. 작년엔 부모님이 남동생 결혼 자금으로 모아두신 2000만원짜리 적금까지 제가 몰래 빼서 줬어요. 걔가 울면서 이번에 특별 전형이 생겼는데 등록금만 내면 끝이다, 우리 미래 보장된다고 매달리는데 어떻게 뿌리쳐요. 나중에 이자까지 붙여 갚으면 된다며 스스로 최면 걸고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죠.
며칠 전 제 자취방에서 걔가 자고 있는데 폰 알림이 울렸어요. 평소엔 비번 걸고 절대 안 보여주던 폰인데 그날은 취해서 들어와 잠금 풀린 채로 침대 협탁에 던져져 있더라구요. 무심코 화면을 켰다가 카톡 목록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어요.
단톡방이 수두룩했는데 그중 하나가 동네 라이더 모임방이었어요. 거기서 걔 닉네임이 인*라이더더라구요. 대화가 진짜 가관이었어요. 오늘 콜 30개 뛰었다, 여친이 또 돈 보내줘서 오토바이 튜닝했다 ㅋㅋㅋ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들고 있더라구요.
더 기가 막힌 건 5년 동안 책 한 번 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시험 자체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믿어준 제가 그냥 동네 웃음거리였던 거죠. 제가 보낸 돈으로 리스로 오토바이 뽑고 라이더들끼리 비싼 초밥집 투어 다니고, 친구한테는 김변호사 오늘 스시 예약했다 돈은 그 호구가 또 보내줬다며 저를 변호사 사모님 놀이라고 조롱하고 있었어요.
5년 동안 뒷바라지한 게 아니라 그냥 배달 뛰는 양아치 유흥비를 댄 꼴이에요. 명절마다 예비 시댁이라고 선물에 용돈까지 챙겨드린 건 또 뭐구요. 이제 부모님께 그 돈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저를 이렇게 완벽하게 속인 사람이 너무 소름 끼쳐서 머리가 하얘졌어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다음 날 남친이 산다는 고시원에 찾아갔습니다. 원장님 말씀으로는 이미 석 달째 방세를 밀려 쫓겨날 직전이었고 방 안엔 책이나 공부 흔적은 하나도 없고 배달용 헬멧 두 개와 비싼 신발 상자들만 수북했습니다. 제가 부모님 적금까지 깨서 준 2000만원은 이미 허망한 소비와 빚 갚는 데 다 사라져 통장엔 몇 만원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리스로 뽑았다는 오토바이 튜닝과 초밥집 투어에 다 쓴 거였고 시험 자체가 오래전에 없어졌는데도 저는 그럴듯한 말발에 속아 제 청춘과 돈을 모두 쏟아부은 셈입니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무릎 꿇고 모두 털어놓고 사죄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제 손만 잡아주셨고 어머니는 충격을 크게 받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동생의 앞날을 위해 모아두신 돈이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댓글로 조언해주신 분들 덕분에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속인 값을 되돌려받으려 하고 있고 라이더 모임에서 본 인*라이더 닉네임을 아는 분들의 제보로 지금 그 사람이 어디 사우나에 숨어 있는지도 대략 파악했습니다. 끝까지 가서 제가 준 돈은 반드시 되찾을 겁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돌려받을 수 없지만 부모님 돈만큼은 제가 어떻게든 책임지고 갚아낼 겁니다. 사랑에 눈이 멀면 판단력도 함께 흐려진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