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견례 끝나고 집에 온 지 세 시간째인데 심장이 아직도 쿵쾅거려서 도저히 잠이 안 옵니다. 다들 상견례는 원래 긴장된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긴장을 넘어 분하고 어이가 없어서 이런 기분은 처음 겪어봅니다.
시작은 정말 좋았어요. 룸으로 된 한정식집에 양가 부모님에 조부모님까지 다 모시고 앉았는데, 시아버지가 상석에, 시어머니 옆에 예비신랑, 맞은편에 저희 부모님, 제가 예비신랑 바로 옆에 앉았거든요. 갈비찜이랑 전복죽 나오면서 덕담 오가고 분위기 훈훈했는데, 딱 반쯤 먹었을 때 시아버지가 수저를 내려놓더니 갑자기 제 회사 얘기를 파고들더라고요. 무슨 일 하냐, 야근 많냐, 복지는 어떻냐. 그냥 어른들 인사치레인 줄 알고 웃으면서 다 답해드렸죠.
그러다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그래서 연봉이 얼마냐'고 묻는 겁니다. 순간 룸 안 공기가 얼어붙었어요. 저희 엄마는 들고 있던 물컵만 만지작거리고 아빠는 헛기침만 하시더라고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아직 많이 부족하고 그냥 또래 평균 정도입니다'라고 돌려 말했더니, 시아버지가 코웃음 치면서 '요즘 애들은 자기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아. 우리 집안에 들어오려면 숨기지 말고 솔직해야지. 성의 문제 아니냐'며 대놓고 압박을 하시는 거예요.
제일 서운했던 건 그때 예비신랑 태도였어요. 제 옆에서 젓가락으로 콩자반만 뒤적거리면서 시선은 바닥에만 두고 제 눈은 절대 안 마주치더라고요. 결국 시아버지가 '에이, 말로 하면 복잡하니까 폰으로 명세서나 이체 내역 한번 보여줘 봐'라고 하시는데, 그 정적 속에서 제가 '아니요'라는 말이 입에서 안 나오는 거예요. 바보같이 핸드폰 잠금 풀고 뱅킹 앱 잔액이랑 이체 내역까지 들이밀었습니다. 숫자 확인한 시아버지 눈빛이 딱 바뀌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옥 시작이었어요.
'오, IT라더니 꽤 버네. 그럼 됐다. 매달 150만원씩 우리 쪽으로 자동이체 걸어라. 그게 며느리가 집안에 보이는 도리이자 정성이다' 딱 금액까지 정해서 통보하시더라고요. 예비신랑이 그제야 '아빠, 그건 우리끼리 나중에...'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는데 시아버지는 '결혼하면 네 돈 내 돈이 따로 있냐? 자식 돈이 부모 돈이지' 하면서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뒤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계산하고 나와서 헤어질 때까지 저희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차 안에서 30분 내내 침묵만 흘렀고요. 집에 와서 방에 틀어박히자마자 이 글 씁니다. 남친한테는 방금 '아버지 원래 표현이 직설적이신 거 이해해줘. 너를 딸처럼 생각해서 그러신 거야. 너무 예민하게 듣지 마' 이런 카톡이 왔네요. 제가 진짜 예민한 건가요?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ATM으로 보고 들어온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