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견기업 회계팀 다니는 30살 여자입니다. 2년 넘게 만난 남친이랑 6개월 전부터 결혼 준비 얘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오늘 일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글 써요. 제가 예민해서 그런 건지 이 상황이 원래 미친 게 맞는지 객관적으로 좀 봐주세요.
저희는 신혼집은 무조건 도심 쪽으로 하자고 합의까지 봤어요. 제 회사가 도심이라 저는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이라도 그 근처가 좋다고 했고 남친도 그때는 알겠다고 고개 끄덕였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신혼집 보러 간다길래 아침부터 풀메하고 원피스까지 차려입고 차에 탔어요. 근데 차가 도심이 아니라 점점 외곽으로 빠지더라고요. 창밖 풍경이 낯익다 했더니 남친 본가 골목이었어요. 네비도 안 찍고 핸들 꺾는 거 보니까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리로 온 거였어요.
현관문 앞에 차 세우자마자 마당에 작업복 입은 아저씨 세 분이 도면이랑 줄자 들고 서 계시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남친은 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저씨들한테 90도로 인사하더니 제 어깨 잡고 활짝 웃으면서 "여기가 우리 신혼집이야" 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다리 힘이 풀렸어요. 알고 보니까 리모델링 업자들이었고, 남친은 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건 아랑곳없이 마당 한가운데서 도면 쫙 펼쳐놓고 "거실 벽 터서 확장하고요, 주방 싱크대는 이걸로 교체해주세요" 하면서 견적 얘기로 바로 들어가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집 보러 가기로 했잖아" 하고 붙잡고 물었더니 되려 저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목소리를 깔더라고요. "야, 지금 금리가 얼만데 집값이 얼만데. 새로 집 구하면 돈이 얼마나 깨지는데? 우리 엄마 혼자 이 넓은 집에 계시잖아. 여기 싹 고쳐서 같이 살면 효도도 하고 돈도 아끼고 얼마나 좋아. 엄마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너 들어오면 밥도 해주시고 빨래도 해주시고 너도 편하지.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진짜 압권은 견적서였어요. 아저씨가 내민 종이에 6,000만원 찍혀 있는데 남친이 그걸 쓱 제 앞으로 밀면서 너무 당연하다는 투로 말하더라고요. "너 모아둔 돈 있잖아. 그걸로 먼저 결제하고 모자란 건 대출받으면 되지. 어차피 우리가 살 집인데 네가 이 정도는 해야지." 옆에 있던 예비 시모는 팔짱 끼고 서서 "우리 아들이 너 생각해서 큰 결정 내린 거야. 군말 말고 사인이나 해" 라고 거들더라고요. 숨이 안 쉬어져서 그대로 화장실로 도망쳤어요. 손이 덜덜 떨려서 문도 제대로 못 잠갔어요.
지금 그 집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쓰고 있어요. 밖에서는 남친이 문 두드리면서 "야, 빨리 나와. 아저씨들 가셔야 되잖아. 왜 또 예민하게 굴어?" 하고 짜증 내고 있어요. 제가 진짜 예민한 건가요?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사람한테 이렇게 취급당해도 되는 건가요? 눈물은 계속 나고 가슴이 미어져서 미칠 것 같아요.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2. 본가 리모델링 비용 6,000만원을 예비 배우자의 예금에서 충당하려는 시도는 재산권 침해이며 증여의 법리를 왜곡한 것입니다.
3. 효도는 본인의 자산과 노무로 이행해야 할 도덕적 책무이지, 타인의 자산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4. 즉시 현장을 이탈하시고, 혼수 및 예단 등 기지출 내역이 있다면 정산을 준비하십시오. 이는 혼인이 아니라 경제적 약탈의 전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