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바들바들 떨려서 키보드 치는 것도 힘들어요. 어디에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 글 씁니다. 지금 제 머리가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두 사람이 짜고 절 바보 취급하는 건지 도저히 판단이 안 서요.
어제 일이에요. 남편은 요즘 신규 프로젝트 기획 때문에 정신없다며, 제 절친인 이○○랑 밤늦게까지 회의 중이라고 매일 말했어요. 원래 제 절친 ○○랑 남편이 같이 사업 준비 중이라 저는 그러려니 하고 응원해왔거든요. 근데 어제는 점심때부터 두 사람 다 연락이 싹 두절됐어요. 카톡은 1도 안 읽고 전화는 바로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더라고요.
불안해서 남편 폰 위치공유 앱을 켜봤더니 도심 한복판에 있는 특급호텔에 찍혀있는 거예요. 설마 설마 하면서 택시 잡아타고 달려갔죠. 로비 대리석 바닥에 서서 엘리베이터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잠시 뒤에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같이 내려오는 거예요. 남편은 어깨에 노트북 가방을 둘러메고 있었고, ○○는 평소보다 훨씬 꾸민 차림에 진한 향수 냄새까지 나더라고요.
눈물 그렁그렁해서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붙잡고 물었더니 남편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조용한 데서 기획안 잡아야 해서 일부러 호텔 낮 시간 대실을 해서 노트북 펴놓고 일하고 나오는 길인데, 아내라는 사람이 미친 사람처럼 호텔까지 쫓아와서 난리를 치냐는 거예요. '너 상상력이 왜 이렇게 저급하냐? 남편이 일하는 걸 봤으면 일하는구나 해야지 왜 바로 그런 것만 떠올리냐'면서 저를 벌레 보듯 아래위로 훑더라고요.
옆에 있던 제 절친 ○○는 더 가관이었어요. 저를 코웃음 치면서 '야 ○○야, 너 생각이 왜 이렇게 음란하냐? 우리는 지금 인생 걸고 하는 비즈니스 미팅 중이었어. 친구를 그 정도도 못 믿어? 진짜 소름 돋는다' 하면서 제 어깨를 툭 치고는 유유히 지나가버리더라고요.
남편은 그 노트북 가방을 제 얼굴 앞에 들이밀 듯 흔들면서 '이게 장식품으로 보여? 여기 안에 기획안 파일 다 들어있다고!' 하고 고함을 질렀어요. 로비 사람들 시선은 다 저한테 꽂혔고, 저는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두 사람이 어깨 나란히 호텔 문을 빠져나가는 것만 멍하니 봐야 했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은 '상상력 저급한 사람이랑은 말 섞을 가치도 없다'며 방문 쾅 닫고 각방 써버렸고, ○○는 카톡으로 '너 진짜 실망이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한 줄 남기고 읽씹이에요. 제가 진짜 이상한 건가요? 노트북 하나 들고 호텔 들어가면 진짜 회의만 하고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제가 예민해서 두 사람의 고귀한 업무를 방해한 저급한 사람이 된 걸까요?
글을 올린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철저하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어제 새벽 남편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남편이 그렇게 당당하게 외치던 기획안 파일은 애초에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신 지난 6개월 동안 남편과 절친 ○○가 여러 호텔과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 수백 장이 폴더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폴더명이 '상상력 저급한 마누라 속이기'였다는 점입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너무 행복해 보였고, 제가 생일에 ○○에게 선물한 가방을 멘 ○○가 제 남편과 입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모든 자료를 제 클라우드로 옮겨 복사한 뒤, 남편 짐을 전부 현관 밖 복도로 꺼내 던졌습니다.
집 명의가 제 앞으로 되어 있어 남편을 내보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바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고 ○○ 쪽으로는 상간 소송을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아침에 복도에 널린 짐을 본 남편은 문을 두드리며 '회의 자료가 삭제된 거다'라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저는 주거 침입으로 신고했습니다. 제 인생을 망친 두 사람을 이제 완전히 정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