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 내내 내 기획서는 책상 넘어가자마자 팀장 이름표 달고 임원 보고로 올라갔다. 그래도 팀 성과니까 하고 꾹 참았는데 이번엔 6개월 동안 야근에 주말까지 갈아 넣은 차세대 솔루션 기획안까지 자기가 밤새 쓴 것처럼 포장해서 올리더라. 그 순간 알았다, 아 이제 진짜 끝내야겠구나.
그래서 3개월 전부터 티 안 나게 팀장 사내 메신저랑 계정 로그를 전부 백업해뒀다. 내가 처음 보낸 원본 파일부터 수정 타임스탬프까지 그대로 박혀 있었고 결정적으로 임원한테 내 성과를 깎아내리면서 자기 공으로 둔갑시키는 대화까지 전부 확보했다. 오늘 오전 전사 임원 다 모인 상반기 전략 회의, 팀장이 내 기획안 띄워놓고 빔프로젝터 앞에서 으스대며 발표 시작하는 타이밍에 내가 심어둔 원격 스크립트 실행을 눌렀다.
화면이 한 번 깜빡하더니 팀장 PPT 뒤에 숨겨둔 진짜 원본이 그대로 떴다. 오른쪽엔 내가 보낸 파일 가로채려고 보낸 메신저 내역이 시간순으로 큼지막하게 박혔고 옆 폴더에선 법인카드로 긁은 유흥 결제 내역이 ‘참고자료’라는 이름으로 자동 재생됐다. 회의실 공기 바로 얼어붙고 팀장은 말 더듬으면서 얼굴이 완전 잿빛으로 질리더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출력해둔 사직서를 회의 테이블 한가운데 던졌다. ‘제 원본과 팀장님 민낯, 다들 확인하셨죠. 이런 권위 밑에서 1분도 더 못 버티겠네요’ 딱 한마디 남기고 문 열고 나왔다. 뒤에서 고함이랑 의자 끄는 소리 요란하게 들렸는데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통쾌한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