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올라오면서 제일 집착했던 게 나만의 공간이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을 버틸 수 있었던 게 오로지 자취방 하나였거든요. 잠자리가 예민한 체질이라 편의점 야간 알바 석 달을 꼬박 뛰고 용돈까지 탈탈 털어서 150만원짜리 매트리스 샀어요. 수업이랑 알바에 치여 돌아와 그 위에 몸을 던지면 폭 감싸주는 그 푹신함이 하루의 유일한 보상이었죠.
6월 말이었어요. 전공 휴강 문자가 뜨는 바람에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방으로 돌아왔는데, 복도 끝 우리 집 앞에서부터 안에서 남자 웃음소리랑 여자 깔깔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더라고요. 도어락에 손을 올리려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도둑 든 줄 알고 숨을 죽여 천천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밀었는데, 현관 틈으로 보이는 광경이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좁은 원룸 한가운데 제가 목숨처럼 아끼던 그 매트리스 위에 과 동기 이**랑 처음 보는 남자가 겉옷 입은 채로 껴안고 누워 있더라고요. 제 베개에 머리 박고 제 아이패드로 영화 틀어놓고, 제 침구 위엔 과자 부스러기랑 음료 자국까지 흥건했어요. 제가 현관에 얼어서 서 있으니까 이**가 놀라기는커녕 ‘어? 왜 벌써 왔어?’ 하면서 태연하게 웃더군요.
기가 차서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비번 어떻게 알고 들어왔어?’ 소리쳤더니 이**가 침대에 걸터앉은 채 킬킬대면서 그러더라고요. ‘야 네 비번 생일이잖아, 찍어봤는데 맞더라. 영화 볼 데가 없어서 잠깐 빌린 건데 왜 이렇게 정색해? 너네 침대 진짜 미쳤다, 푹신해서 잠이 솔솔 오던데.’ 사과 한마디 없이 자랑하듯 말하는데 손이 떨리더라고요.
옆에 누워 있던 남자는 알고 보니 같은 과 복학생 김** 오빠였어요. 제가 은근히 좋아하던 오빠였는데, 그 오빠가 제 침대 위에서 다른 여자랑 뒹굴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하얘졌어요. 당장 나가라고 소리 지르니까 이**는 옷을 챙겨 입으면서 ‘와 진짜 쪼잔하다. 침대 좀 같이 썼다고 범죄자 취급이야? 너 원래 예민한 거 알았지만 그래서 친구가 없는 거야’라며 오히려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나가더라고요.
둘이 나가고 나니까 원룸 안에 남자 땀 냄새랑 찐한 담배 냄새, 이** 향수 냄새가 뒤섞여 벽지까지 배어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유일하게 안심하던 매트리스가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그날부터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바닥에 이불 깔고 자고 있어요. 제가 진짜 쪼잔한 건가요? 아니면 이 상황이 그냥 미친 게 맞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