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나면 이해해주세요 최대한 침착하게 써볼게요 제목 그대로예요 2년 전 학과 MT 때 제 지갑 가져간 선배를 방금 중고거래 앱에서 마주쳤어요.
전 그때 막 입학한 새내기였고 그 선배는 과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인싸에 학생회 간부까지 하던 사람이었어요 MT 둘째 날 밤이었는데 2층 단체 숙소 바닥에 매트 깔아놓고 다들 술에 절어 늘어져 있을 때였거든요 가방들은 현관 쪽 벽에 다 몰아놨었는데 그 선배가 갑자기 화장실 간다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거예요 전 벽에 기대서 눈만 감고 있었는데 잠이 안 와서 다 보고 있었어요 그 선배가 취한 척 휘청거리더니 대놓고 제 가방 쪽으로 방향을 틀더라고요
설마 했는데 진짜였어요 제 가방 지퍼를 소리도 안 나게 쓱 열더니 안에 있던 지갑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쏙 빼서 앞주머니에 찔러 넣더라고요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슬리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 선배 패거리가 워낙 셌고 괜히 나섰다간 새내기가 선배 물 먹인다고 소문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다음 날 아침 울면서 지갑 없어졌다고 했더니 그 선배가 제일 먼저 달려와서 어깨 토닥이면서 어떡하냐 다음부턴 정신 차리고 챙겨야지 하더라고요 그 능글맞은 얼굴이 지금도 선해요 그 지갑은 할머니가 제 중학교 졸업 선물로 직접 골라주신 거라 가격보다 추억이 가득한 물건이었거든요 그 뒤로 전 그 선배 눈 마주치는 것도 숨 막혀서 계속 피하다가 결국 휴학까지 했어요
그런데 오늘 중고장터 구경하다가 명품 지갑 매물 하나를 클릭했는데 제 지갑인 거예요 안감 안쪽 구석에 제가 직접 새겨둔 이니셜 자국이 있는데 사진 확대하니까 그 자국이 너무 또렷하게 박혀 있더라고요 판매자 다른 판매 목록 보니까 더 기가 막혀요 우리 과에서 누가 잃어버렸다고 했던 시계랑 에어팟 전공책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이 사람 그냥 버릇이었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상습이었네요 지금 당장 전화해서 따지고 싶은 걸 꾹 참고 먼저 경찰에 신고했어요 증거 날릴까 봐 아무 말 안 했고요 오늘 오후 4시에 직거래 하기로 약속 잡아놨어요 근처에서 경찰분들이 잠복하기로 했어요 2년 동안 가슴에 맺혀 있던 거 오늘 다 풀고 오려고요 떨리지만 인과응보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