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창동 근처에서 브랜드 비주얼 프리랜서로 일하는 30대 여자입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글 올립니다. 지난주에 정말 이를 악물고 1,500만 원짜리 명품 롱코트를 하나 질렀거든요.
제 일이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전부라 큰맘 먹고 할부 긁어서 산 거예요. 원래 옷을 진짜 아끼는 편이라 택도 안 뜯고 비닐 벗기듯 조심해서 보관했어요. 그런데 깃 부분에 먼지 같은 미세한 얼룩이 보여서 2년 넘게 다니던 단골 세탁소에 드라이 맡겼습니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손도 꼼꼼해서 믿고 맡긴 거죠.
그런데 오늘 점심에 인스타 탐색 탭 넘기다가 소름 끼치게 익숙한 옷이 딱 뜨는 겁니다. 단추 모양이며 소매 라인, 체크 패턴까지 제 코트랑 하나하나 똑같은 걸 입고 5성급 호텔 라운지에서 와인잔 들고 낄낄대는 여자 사진이었어요. 설마 해서 계정 들어가 보니 세탁소 사장 딸이더라고요.
업로드 날짜가 제가 코트를 맡긴 바로 다음 날 새벽이었고 위치 태그랑 스토리 보니까 그 호텔에서 밤새 파티를 즐긴 거더군요. 어제 사장님이 전화로 아직 세탁 전이라 이틀 뒤에 찾으러 오라고 했던 말이랑 완전 앞뒤가 안 맞잖아요. 바로 외투 걸치고 세탁소로 뛰쳐나갔습니다.
세탁소 카운터 앞에 서서 따지니까 사장은 처음엔 무슨 소리냐며 발뺌하더니 제가 인스타 사진을 들이밀자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애가 중요한 자리 갈 일 있어서 딱 하루 빌려 입은 건데 뭐가 그렇게 유난이냐, 세탁해서 주면 되는 거지 닳기라도 하냐면서 오히려 제가 속 좁은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데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요.
더 가관인 건 뒤편 커튼 친 작업실에서 나온 딸 태도예요. 언니 제가 입으니까 오히려 더 화보 같지 않아요? 제 남친도 이 코트 덕에 제가 센스 있다고 난리였다니까요 이러는데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자기 남친한테 이 코트 선물 받았다고 뻥까지 쳐놨더라고요.
저는 이 코트 택 안 뜯고 안쪽으로 접어 숨겨서 입으려고 했어요. 어깨 각도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새것처럼 유지해서 혹시나 하면 그대로 매장에 가져갈 수 있게요. 근데 누가 밤새 입고 땀 찌들게 하고 술 냄새 배게 해놓은 걸 어떻게 그냥 넘겨요? 이거 완전 횡령 아닌가요? 지금 옷값 전액 변상 청구하고 고소까지 갈 생각인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