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정성이면 돌도 뚫고 닫힌 문도 열린다잖아요. 저는 석 달 동안 하루도 안 빼고 그 카페에 출근 도장 찍었습니다. 퇴근하면 곧장 그 카페 유리문 열고 ㅇ** 씨 얼굴 보는 게 일상이었어요. 비가 쏟아지든 눈이 쌓이든 예외 없었습니다.
처음엔 ㅇ** 씨도 저를 의식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제가 카운터에 서면 시선은 바닥에 박고 주문 받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는 게, 영락없이 수줍어서 그러는 거였죠. 그래서 제가 더 밀어붙였습니다. 지난달 월급 들어오자마자 백화점 1층 향수 코너에서 제일 비싼 거랑 케이크 세트로 포장해 갔어요. 걔가 손사래 치며 안 받으려 하길래 제가 딱 잘라 말했죠. '오빠 성의니까 거절하면 나 상처받는다'고. 결국 두 손으로 받아 들더라고요. 그때 눈가가 빨개진 걸 봤는데, 제 진심에 감동한 거겠죠?
어제는 아예 작정하고 마감 10분 전에 들어갔습니다. 손님 빠지고 매장 조명 절반 꺼진 시간, 홀에는 저랑 ㅇ** 씨 둘만 남더라고요. 제가 계산대 앞에 영수증 한 장을 밀어 넣으며 말했어요. '나 이제 기다리는 것도 지친다. 우리 사이에 확신 하나만 주라'고요. 그러자 걔가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잔뜩 움츠리더라고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당장 안아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한참 뒤에 걔가 영수증 뒷면에 볼펜으로 슥슥 숫자 네 개를 적어 제 쪽으로 밀어주더라고요. 그러고는 말도 없이 주방 쪽 스윙도어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펼쳐보니 네 자리 숫자. 이게 뭐겠어요. 집 현관 비번을 준 거죠. 요즘 누가 집 비번을 아무한테나 적어줘요. 저를 그만큼 믿는다는 초대장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샤워까지 마치고 그 숫자 하나하나 눌러보러 가는 길입니다. 생각해보니 건넬 때 걔가 '제발' 하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어요. 얼마나 간절했으면 제발까지 했을까요. 그 간절함, 제가 직접 가서 꽉 채워줘야죠. 다들 응원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