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주요 학군지에서 중고등 영어·수학 가르치는 28살 프리랜서 과외 교사입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리고 속이 뒤집혀서 어디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글 올립니다. 제목 그대로 3개월째 과외비를 미룬 학부모님을 오늘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그 집 아들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반에서 중하위권이었습니다. 저는 고시원 좁은 방에서 컵라면이랑 편의점 도시락으로 버티면서 밤늦게까지 붙잡고 가르쳤고, 이번 기말에 전교 10등 안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사모님도 성적표 보시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밥 한번 제대로 사겠다, 보너스도 꼭 챙기겠다던 분이에요.
그런데 입금일만 되면 사람이 돌변합니다. 첫 달 밀렸을 땐 남편 사업 자금이 묶였다며 눈물까지 보이시길래, 저도 홀어머니랑 동생 먹여 살리는 처지라 그 막막함 알 것 같아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세 달이 흘렀고 밀린 돈은 수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몇 달째 눈여겨봤던 가방이 있어 친구 따라 백화점에 갔습니다. 솔직히 할부도 버거운 처지라 구경만 하려던 건데, VIP인 친구 덕에 따라 들어간 라운지 입구, 유리문 열고 은은한 조명에 커피 향 가득한 그 공간 한가운데 그분이 있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두르고 한정판 가방을 의자 옆에 떡하니 올려둔 채, 다른 엄마들이랑 깔깔대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계시더군요. 제가 다가가 인사하니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곧 그 특유의 도도한 미소로 돌아와 어머 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는데 그 가식적인 목소리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돈 한 푼 없다던 사람이 라운지에서 저렇게 여유 부리는 걸 보니 그동안 제가 베푼 호의가 얼마나 우스웠는지 비참해지더군요. 성적 올려준 대가가 이런 기만인가요? 제가 법대로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예민하시네요 하시더군요. 제가 정말 예민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