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람한테 소름 끼치는 게 뭔지 제대로 느꼈어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아 글 쓰는 게 힘드네요. 다단계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 사람을 낚는 게 말이 돼요?
딱 1년 전이에요. 졸업하고 단톡방에서나 이름 보던 동기 C**한테 뜬금없이 톡이 왔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 딱 그 한마디였죠. 그때 제가 회사-집만 왔다 갔다 하면서 외로움에 절어 있을 때라, 오래된 친구 연락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그 다음부터가 본격이었죠. 제 생일이 아닌데도 "오늘 날씨 좋아서 네 생각나서" 하면서 5천원짜리 커피 쿠폰을 툭툭 보내고, 추석엔 갑자기 3만원짜리 영양제 세트가 집 앞에 택배로 와 있더라고요. 처음엔 "야 이건 좀 부담스럽다" 했죠. 근데 걔가 "나 요즘 일 잘 돼서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너밖에 없다, 우정인데 왜 거절해" 라길래, 그 말을 어떻게 또 쳐내요. 솔직히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은근히 좋아서 그냥 다 써버렸죠.
그렇게 1년 동안 거의 매주 "밥 먹었어?" 안부 톡에,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인당 4만원 넘는 파스타집에서 제 회사 고민 들어주고. 저는 진심으로 '아 나 드디어 제대로 된 친구 하나 건졌구나' 했어요. 완전 감동받아 있었죠.
그리고 지난주가 제 진짜 생일이었어요. C**가 "이번엔 내가 진짜 최고의 선물 준비했어, 꼭 와줘" 하면서 외곽에 있는 연회장 주소를 보내더라고요. 저도 생일이라 원피스 새로 사고 풀메까지 하고 설레서 갔죠. 근데 건물 2층에 올라가니까 케이크 냄새는커녕 천장에 '자산관리 성공전략 세미나' 현수막이 덜렁 걸려 있는 거예요. 접이식 의자 수십 개에 형광등만 번쩍번쩍한 그 싸한 공간.
얼타서 입구에 서 있는데 C**가 사람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으며 튀어나오더니 제 팔을 잡고 맨 앞줄 빈자리에 꾸역꾸역 앉히는 거예요. "어서 와, 이게 내가 너한테 주고 싶었던 부의 자유라는 선물이야" 하는데 그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그 후로 2시간 동안 화장품이랑 건강즙 다단계 설명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야 했어요. 옆에서 C**는 "우리 같이 하면 진짜 6개월 안에 외제차 뽑는다니까" 하면서 눈 빛내는데, 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어요. 그냥 1년 동안 영업용 고객으로 키워온 거였던 거죠.
더는 못 듣겠어서 "화장실 좀" 하고 뛰쳐나와서 바로 택시 타고 도망쳤어요. 톡 차단 박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1년 동안 정성 다해 챙겨줬는데 어떻게 예의 없이 도망가냐, 사람 대하는 게 그게 뭐냐"고 장문이 오더라고요. 제가 진짜 예의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