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격증 딴다고 책들 한 번씩은 지르잖아요? 저도 이번에 큰맘 먹고 수험서 전집 풀세트로 장만했거든요. 벽 한쪽 책상 옆에 탑처럼 쌓아뒀는데 생각보다 쓸모가 다양하더라고요. 원래 공부하려고 산 건데 오늘 점심에 라면 하나 끓여서 싱크대에서 식탁으로 옮기려니까 마땅한 냄비 받침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제일 두꺼운 기본서 한 권을 식탁 한가운데 깔아봤는데 와 두께감 미쳤어요. 냄비 바닥 열기가 나무 식탁에 1도 안 닿을 것 같은 그 든든함 있잖아요. 비싼 책이라 종이도 빳빳하고 코팅 표지라 미끄러지지도 않고 냄비가 딱 고정되더라고요. 이건 그냥 받침으로 태어난 두께예요.
웃겨서 사진 찍어 단톡에 올렸더니 애들 반응 터졌어요. 어떤 애는 자기도 벌써 교재로 냄비 받침하고 있다고 완전 공감해주고요. 근데 한 애가 갑자기 공부 안 하냐며 진지하게 초 치길래 바로 차단 박았어요. 아니 휴식도 공부 스케줄에 포함 아닌가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분 풀어야 글자도 눈에 들어오는 거잖아요.
솔직히 책 펴놓고 글자만 째려본다고 머리에 다 박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이렇게 창의적으로 써줘야 뇌가 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나중에 합격하면 명예롭게 냄비 받침으로 정년퇴직 시켜줄 생각이에요. 근데 두께가 너무 딱이라 라면 끓일 때마다 손이 먼저 가서 참는 게 더 힘들 것 같긴 해요 ㅋㅋ
다들 너무 빡세게 살지 마세요. 이런 소소한 드립 하나가 수험생활 버티는 활력소 아니겠어요? 저는 라면으로 배 채웠으니까 한숨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카페 가서 책 펴놓고 인증샷이나 하나 건지고 올게요.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