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와 글 올려요. 지금 남편은 거실에서 야구 중계 틀어놓고 치킨 뜯으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소리 지르고 있는데, 저는 안방 침대 밑에서 건져 올린 이것 때문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어요.
방금 전이에요. 오늘따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일찍 불 끄고 누웠거든요. 제 폰은 제 손에 쥐고 침대에 기대 SNS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맡 바로 밑, 침대 프레임 깊숙한 곳에서 징- 징- 하고 진동이 울리는 거예요.
처음엔 제 폰인 줄 알고 화면부터 봤는데 제 폰은 조용하더라고요. 근데 진동은 규칙적으로 계속 울렸어요. 설마 하는 마음에 이불 걷고 바닥에 엎드려서 침대 밑으로 손을 뻗어 한참을 더듬었죠. 먼지 폴폴 나는 나무 프레임 안쪽 구석, 벽에 바짝 붙은 틈에서 뭔가 딱딱한 게 손끝에 걸리더라고요.
꺼내보니까 제가 본 적도 없는 낡은 스마트폰 하나였어요. 남편이 예전에 쓰던 폰도 아니에요. 남편 폰은 하나뿐이라고 제가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액정이 켜지면서 ‘은지씨’라는 이름으로 카톡이 와 있더라고요. ‘자요? 보고 싶어요’ 딱 이렇게요.
남편은 평소에 세상 성실하고 저만 보는 바보인 줄 알았어요. 요즘 좀 쪼들려도 저는 남편 믿고 제 품위 유지비까지 아껴가며 내조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카드값 리볼빙 돌려막으며 버티고 있었지만요. 그런 제가 있는데 남편이 침대 밑에 세컨폰을 숨겨둘 정도라니 배신감이 미치겠어요.
지금 이걸 들고 거실로 나가서 따져야 할까요, 아니면 모르는 척 다시 넣어두고 증거를 더 모아야 할까요? 들킬까 봐 일단 다시 밀어 넣어두긴 했는데 온몸에 닭살이 돋고 이 집 공기가 너무 소름 끼쳐서 1분도 더 못 있겠어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요?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