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딱 한 달 전에 알게 된 친한 언니한테 제 7년치 직장생활 전부라고 할 수 있는 5천만원을 증권계좌 통째로 맡겼는데, 어제 점심 이후로 카톡도 전화도 전부 끊겼어요.
그 언니는 제가 단골로 다니는 에스테틱에서 만난 OOO 언니예요. 올 때마다 가방부터 구두까지 온통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고 원장님이랑도 언니 동생 하며 엄청 친해 보여서 진짜 잘 나가는 분인 줄 알았죠. 제가 중소기업 마케팅팀에서 280만원 받으며 야근에 치여 사는 걸 보더니 그러더라고요. 너처럼 착하고 순한 애가 이렇게 고생하는 게 안쓰럽다, 내가 굴리는 세력주 포트폴리오 있는데 네 몫 자리 하나는 특별히 빼줄 수 있다고요.
솔직히 처음엔 쎄했어요. 근데 언니가 바로 옆에서 자기 증권 앱을 펼쳐 보여주는데 수익률이 200%, 300% 찍혀 있고 인스타엔 매일 호텔 뷔페랑 골프장 사진만 가득하니까 홀린 듯이 믿게 되더라고요. 언니가 계약서 같은 거 쓰면 세력한테 걸린다, 이건 신뢰의 증표니까 계좌 비밀번호랑 OTP까지 그냥 넘기면 자기가 알아서 불려주겠다는데 그 인자한 눈빛을 보니까 넘어가 버렸어요. 미쳤죠. 부모님이 비상금으로 쥐여준 돈까지 탈탈 털어 다 넘겼고 생일 선물로 고가 화장품 세트까지 챙겨드렸어요.
그런데 어제 오후 3시쯤 보낸 카톡이 1이 안 없어지더니 전화하면 바로 꺼져 있더라고요.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100% 리딩방 사기 수법이라는데 설마 그 언니가 저한테 그럴 리 없잖아요. 지금 해외 출장 중이라 로밍이 안 터지는 거겠죠?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 이 돈 없으면 저는 진짜 나락이에요, 앞이 하나도 안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