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핸드폰이 미친듯이 진동하더라고요. 밤새 무음으로 해뒀던 과 동기 단톡방에 안 읽은 메시지가 200개 가까이 쌓여 있어서 뭔가 싶어 들어갔는데 그대로 머리가 하얘졌어요. 어제 술자리에서 제가 취해서 무심코 중얼거렸던 자취방 도어락 비밀번호 여섯 자리가 숫자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박제돼 있더라고요. 침대 협탁 위에 던져둔 폰 액정으로 그걸 확인하는 순간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올린 건 평소에 친하다고 믿었던 동기 이OO였어요. 너무 놀라서 바로 개인톡으로 따졌죠, 이게 뭐냐고. 근데 답이 더 어이없더라니까요. '아 미안 ㅋㅋㅋ 복사한 거 잘못 붙여넣기 했어. 근데 그거 아무도 안 봤어 왜 이렇게 유난이야?' 이러는 거예요. 제 집 현관 비번이 100명 넘게 있는 단톡에 통째로 올라갔는데 유난이라니요.
백 명이 넘는 과 단톡방에 제 개인 공간 열쇠가 그대로 까발려진 건데 아무도 안 봤다니 말이 돼요? 제가 너무 무섭다고, 이게 선 넘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오히려 제가 단톡방에서 자기를 공개적으로 망신 줬다면서 제 뒷담화를 돌리더라고요. 제가 피해자인데 가해자 코스프레는 걔가 하고 있어요.
물론 제 편 들어주는 애들도 몇 명 있어요. 근데 대부분은 '이OO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라며 좀 넘어가라', '너도 예전에 박OO 잘 때 사진 찍어서 올렸잖아 그건 생각 안 나냐' 이러면서 저를 가해자 취급해요. 아니 술 취한 사람 몰래 찍은 사진이랑 집 도어락 비번이랑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 거예요? 차원이 다르잖아요.
지금 너무 불안해서 집에 들어갈 엄두도 안 나고 그냥 학교 앞 카페 구석에 앉아 있어요. 비번 바꾼다고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라니까 미치겠어요. 이OO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가 취해서 직접 알려줬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다니더라고요. 저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거죠? 법적으로라도 해야 하는 거죠? 저만 예민한 사람 된 기분이라 진짜 미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