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오늘 저녁에 심장이 내려앉는 일을 겪어서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집안 자체가 기울고 있는 건지 솔직한 판단을 듣고 싶어서 글 올려요.
저희 딸 이제 6살이에요. 원래도 아빠가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달려가 안기는 애가 아니었어요. 남편이 공대 출신 특유의 무뚝뚝함에 퇴근하면 소파에 털썩 앉아 핸드폰만 보고, 돈 벌어다 주면 자기 역할 다 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애랑 눈 맞추고 노는 법을 진짜 몰라요. 반면에 저는 애 정서 하나 망칠까 봐 하루 종일 옆에 붙어서 책 읽어주고 놀이해주고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애쓴단 말이에요.
오늘 저녁 7시쯤이었어요. 거실 매트 깔아놓은 바닥에 앉아서 딸이랑 인형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나더니 남편이 들어오더라고요. 평소처럼 딸은 아빠를 보고도 인형만 만지작거리길래 제가 분위기 풀려고 지연아, 아빠 오셨잖아 인사해야지 하고 등을 살짝 밀었어요. 그랬더니 딸이 남편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대뜸 엄마, 저 아저씨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남편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서 잿빛이 됐어요. 저는 너무 당황해서 지연아! 아저씨가 뭐야, 아빠잖아! 하고 버럭 했죠. 그랬더니 애가 더 당당하게 눈 동그랗게 뜨고 하는 말이 아니야, 아빠는 엄마랑 소파에서 맨날 웃으면서 핸드폰으로 영상통화하는 사람이 아빠고, 저 아저씨는 그냥 돈 주고 가는 아저씨잖아 하는 거예요. 거실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남편이 그 자리에서 옷장 열어 캐리어도 아니고 그냥 백팩에 옷 몇 벌 쑤셔 넣고 나가버렸어요. 나가면서 애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켰길래 친아빠를 아저씨라 부르냐, 그 핸드폰 속 아빠라는 놈이 누구냐고 고함을 지르더라고요. 솔직히 남편이 집안일에 손 하나 안 까딱하고 애랑 유대감 쌓을 노력을 1도 안 한 건 팩트잖아요? 애 입장에서는 같이 사는 남이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저는 거짓말을 가르친 적도 없고 애가 느낀 그대로 말한 건데 왜 저보고 적반하장이라고 하는지 너무 억울해요. 남편이 짐 싸서 나간 게 정말 제 탓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