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실 장판 바닥에 주저앉아 이 글 써요. 두서없이 바로 본론부터 갈게요. 결혼 3년 차고 남편은 증권사 다니면서 집안 괜찮다는 소리 듣고 사는 사람이에요. 저는 중학교 교사 하고 있고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고 믿었는데 오늘 하루 만에 다 무너졌어요.
남편이 욕실에서 샤워기 물소리 요란하게 내는 동안 식탁 위에 던져둔 폰에서 카톡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더라고요. 원래 남의 폰은 절대 안 보는 성격인데 밤 10시 반 넘은 시간에 띵동 소리가 다섯 번 넘게 연속으로 오니까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 잠금화면에 뜬 미리보기 딱 한 줄이었어요. ‘오빠♡ 저번에 사준 가방 너무 예뻐요 이번 달 스폰비도 잘 받았어요!’ 그거 보는 순간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미친 사람처럼 생년월일로 비번 풀고 들어갔더니 20대 초반 여자애랑 나눈 대화가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요. 5성급 호텔 예약 확정 문자 캡처에 명품 매장 영수증 사진, 심지어 저한테는 분기 마감 야근이라더니 그 애랑 찍은 여행 사진까지 앨범에 버젓이 있더라고요. 제 앞에선 젠틀한 척 고상한 척 다 하더니 뒤에선 이렇게 놀고 있었나 싶어서 속이 뒤집히더라고요.
욕실에서 수건도 안 두르고 물 뚝뚝 흘리며 나온 남편이 제가 폰 들고 있는 걸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제 손에서 폰을 확 낚아채서 거실 바닥에 집어던지더라고요. 액정 깨지는 소리까지 났어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뭔 줄 아세요?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내 허락도 없이 남의 폰을 왜 봐?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야, 범죄라고!’ 하면서 오히려 저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바람핀 건 사과 한마디 없고요.
그러더니 ‘사생활 침해한 거 당장 사과 안 하면 이혼 전문 변호사 부를 거다, 난 지금 짐 싸서 나간다’고 협박을 하더라고요. 전 너무 무서워서 안방 문 잠그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데 밖에서는 남편이 제가 원래 예민하고 유난 떨기로 유명하다며 벽을 쿵쿵 치며 난리예요. 제가 진짜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깐깐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