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해서 키보드가 두 번씩 눌려요. 두서없이 써도 좀 봐주세요. 지금 머릿속이 하얘져서 문장이고 뭐고 제대로 안 잡혀요.
결혼 5년차 30대 맞벌이 부부고, 저는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축 대단지 14층에 살고 있고 시댁이랑 차로 10분 거리라 주말엔 같이 밥도 먹는 그냥 평범한 집이었어요.
3개월 전부터 윗집이 미쳤나 싶을 정도로 시끄러워졌어요. 밤 11시만 되면 쿵쿵 발망치에 의자 질질 끄는 소리, 대리석 바닥에 구슬 굴러가는 것 같은 또각거림까지 천장에서 그대로 울리니까 침대에 누우면 등짝으로 진동이 전해져요. 남편한테 얘기하면 매번 네가 예민한 거야, 아파트가 다 그렇지 하면서 헬스장 가버리더라고요.
오늘도 저녁 먹고 남편은 그 체크무늬 수면파자마에 패딩 하나 걸치고 운동 다녀온다 하고 나갔어요. 저는 거실 소파에 와인 한 잔 따라놓고 겨우 숨 돌리는데 또 위에서 쾅 하고 뭘 내던지는 소리가 터졌어요. 참다 참다 결국 명절 선물로 받아둔 배 세트 들고 엘리베이터 탔어요. 싸우려는 게 아니라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이라도 해보려고요.
15층 복도 끝 1502호 초인종을 눌렀는데 안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랑 남자 목소리가 들려요. 누구세요 하는데 그 발성이 너무 익숙해서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고요. 인터폰 너머 목소리가 남편 목소리랑 똑같았어요.
문이 열리고 거기 서 있는 게 진짜 제 남편이었어요. 아까 입고 나간 그 체크무늬 파자마 그대로, 땀 한 방울 없이 뽀송한 얼굴로 리모컨 들고 서 있더라고요. 저랑 눈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서 입만 뻥긋거리고 아무 말도 못 해요.
그 뒤로 젊은 여자가 샤워가운 끈 대충 묶고 나오더니 자기야, 누구야 하고 남편 팔을 잡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에서 피가 싹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들고 있던 배 세트가 손에서 미끄러져 복도 대리석 바닥에 와장창 깨지고 과일이 데굴데굴 굴렀는데 저는 그냥 뒤도 안 보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왔어요.
지금 안방 문 잠그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어요. 남편이 현관 밖에서 문 두드리면서 친구 집에 잠깐 들른 거야, 오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중얼거리고 있어요. 3개월 동안 제 머리 위에서 쿵쿵대던 소리가 둘이서 깔깔대며 뛰어다닌 소리였다는 걸 깨닫니까 소름이 온몸에 돋아서 미치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