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식 딱 3개월 남겨둔 예신입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리네요. 저희 나름 다들 부러워하는 준비 하고 있었거든요. 아버님 자산도 빵빵하시고 예랑도 대기업 다니면서 연봉 꽤 되고, 신도시 신축 아파트 전세에 혼수 가전·가구까지 전부 풀옵션으로 맞춰놨어요. 다들 완벽하다고 하던 와중에 어제 아버님이 저녁 먹자고 부르시더니 제대로 폭탄을 던지셨습니다.
장소는 예약 잡기 힘들다는 고급 일식집 프라이빗 룸이었어요. 히노끼 카운터에 코스 하나씩 나오는데 분위기 좋게 술 한 잔 들어가자마자 아버님이 나지막하게 운을 떼시더군요. ‘이번 결혼식 혼주석에 네 시어머니는 안 앉는다. 내 옆엔 다른 사람이 앉을 거다’ 딱 이렇게요. 순간 귀를 의심했는데 아버님 표정은 너무 당당했어요. 쇼윈도 부부로 산 지 오래고, 사업 망할 뻔했을 때 진짜 옆을 지켜준 사람은 그 여자라며 그 내연녀를 혼주석에 앉히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너무 놀라서 수저 내려놓고 ‘아버님, 그래도 결혼식인데 하객들 다 보는 자리잖아요. 어머님 두고 어떻게 다른 분을 혼주석에…’라고 최대한 예의 차려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아버님이 코웃음 치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트렌디하게 산다며? 외국은 이혼해도 전 아내, 현 아내 다 모여서 축하해주더라. 너희 젊은 애들이 그렇게 깨어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런 옛날 생각에 갇혀 있냐’면서 오히려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하시더군요.
진짜 피가 거꾸로 솟은 건 예랑이 태도 때문이에요. 자기 아빠가 저런 미친 소리를 하는데 옆에서 고개만 처박고 있다가 ‘아버지도 고민 많이 하시고 하신 말씀일 거야… 우리가 좀 이해하고 배려해드리면 안 될까?’ 이러는 거예요. 배려요? 제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결혼식, 양가 부모님 다 보는 혼주석에 상간녀가 한복 입고 앉아서 절 받는 걸 제가 트렌디라는 말 한마디에 참아야 돼요?
사실 저도 아버님 외도하는 거 반년 전에 호텔 라운지에서 우연히 보고 진작 알고 있었어요. 그때 바로 터뜨리지 않고 예랑이한테 은근히 흘려서 외제차 한 대 뽑아냈죠. 입 닫아주는 대신 받은 거니까 실속은 챙겼다 생각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잖아요. 제 체면이 뭔데요. 시골에서 KTX 타고 올라오실 저희 부모님은 그 광경을 어떻게 보라고요. 아버님은 건물 한 채 증여해주겠다며 좋게 넘어가자고 하시는데, 솔직히 건물은 탐나요. 근데 그 여자 얼굴 보면서 혼주석 절할 생각하니까 속이 뒤집혀서 미치겠어요. 제가 유난 떠는 건가요?